두통은 다음날 새카맣게 잊습니다.
두통일기 쓰기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려해도
좀처럼 기억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폭풍우 속 같던
아니 지옥같던 두통을 보낸 다음날.
두통이 사라진 아침은
절로 헤~ 벌어진 입가 가득
미소(微笑)가 번집니다.
아니 대소(大笑)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가벼운 발걸음,
어디로 눈길을 주어도 거리낌없는
상큼한 창밖의 풍경에 취해
다리 꼬고 기대 앉아
뜨끈한 차 한 잔~
불과 하루전만 해도
고개를 돌리기도,
어디를 보기도 힘들던
처절한 기억은
오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으로 빠져듭니다.
어제의 두통은 또 그렇게
아픔만을 가진 채 새카맣게 잊힙니다.
두통이 생길 때마다
우리의 몸은
아주 똑똑히, 명백히 경고합니다.
이렇게 힘들다고.
또 아플거냐고.
하지만 너무도 쉽게 잊습니다.
두통 당일에는 사실 기록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에는 꼭 기록하셔야 합니다.
이번 두통이 어땠는지
그 모습과 강도,
그리고 두통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지난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토인비의 명언을 상기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두통은 기록됨으로써
두통의 모습을 알고
종국에는 원인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두통일기를 써보십시오.
당일에 어렵다면
다음날이라도
이제는 알싸해진 고통의 기억을 떠올려 써보십시오.
기록이 조금씩 늘어가면
거기서 무언가를 보시게 될 것입니다.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거창할 것도 없습니다.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에 남기시면
시간별로 차곡차곡 기록될 것입니다.
두통이 끝나고 나면
그 기록들을 조금만 정리하면 될 것입니다.
거기에서 두통의 전구증상과
두통의 유발요인 그리고
두통의 모습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내 두통은
내가 가장 잘 압니다.
알면 고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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