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는 이유

by 지월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는 날

배가 고픕니다.

속이 비어 있는 느낌도 분명합니다.

그런데 막상 뭘 먹으려 하면 손이 가지 않습니다.


왜 이러지?

컨디션이 안 좋나?

요즘 스트레스를 좀 받긴 했어~


이렇듯 기분 탓으로 돌리기 쉽지만,

한번쯤 돌아봐야할 꽤 정확한 몸의 신호입니다.


배고프면 입맛도 좋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죠.


둘은 동시에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조금 다른 신호입니다.


입맛이 생기는 구조

배고픔은 인체의 에너지가 고갈되면 자연히 일어납니다.

혈당이 떨어지고, 인슐린이 감소하고, 위장이 비워지는 여러 생리작용을 굳이 생각할 것도 없죠.

때가 되어도 안 먹으면 그냥 생기니까요.


하지만 입맛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 생리학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그렐린과 도파민 보상,
자율신경조절,
위와 장관의 분비와 운동능력,
감정 상태

이렇게 크게 4개의 축이 거의 동시에 조화로울 때 입맛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복잡해 보이죠.

그런데 메커니즘의 본질은 ‘먹을 준비가 되었느냐?’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다는 말은

에너지는 필요하지만, 아직 먹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호르몬·소화 시스템의 불일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입맛이 없어도 먹을 순 있습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며 억지로 식사를 하면,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도 더부룩하고,
식곤증이 생기고,
속은 안 좋은데 조금 지나서 또 배고픈 느낌이 나거나,
두통 또는 멍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때는


차라리 굶는게 낫습니다

내몸이 아직 소화할 준비가 안 된 거니까요.

억지로 먹기보다 한두 시간 정도 굶으며 기다려 보면 허기는 곧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속이 비면 몸은 다시 소화할 준비를 하고 다음 끼니에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죠.

하지만


굶어도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만성두통환자분들이나 흔히 말하는 약골인 분들을 문진하다보면,

안 먹어도 봤는데,
그래서 배는 고파지는데,
입맛은 그대로더라구요~

라는 말씀을 꽤나 자주 듣게 됩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또는 늘 입맛이 없다면 몇 번 굶는다고 다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몸의 속성 때문입니다.

사람의 몸은 변화를 싫어합니다.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든, 몸은 어떤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그 몸상태를 항상성의 기준점으로 삼아 매일 그 상태로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오랜 임상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몸은 기본적으로 사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상처가 나면 몸 스스로 치료하죠.

하지만 사소한 이상은 그대로 존속시킵니다.

몸도 사실은 바쁘니까요.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두 시간 정밀진료를 하다보면

그냥 살기 위해 먹어요.
맛있게~ 먹어본 지는 오래입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드물지 않게 보게 됩니다.

진료시간이 긴 이유도 사실은 그런 사소한 어그러짐을 찾고 전체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입맛이 없다는 건

사소한 불편함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내몸의 복합적인 이상의 결과,

즉 시스템오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몸에 특별한 다른 이상이 없다면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약골이라면

오랜 만성두통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변화를 모색하십시오.


어떤 방법으로든 입맛이 나게 바꿔보십시오.

그것이 운동이든, 스트레스를 줄이는 명상이든

뭐라도 좋습니다. 사람마다 해결법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입맛 하나 난다고 무엇이 달라지느냐?

아마 인생이 조금씩 즐거워질 겁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배고픔과 입맛 지월한의원.jpg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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