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다음날 두통이 생기는 이유

오늘을 버틴, 내일의 대가

by 지월

왜 오늘 안 아프고 다음날 아플까?

두통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무리한 다음날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교감신경의 ‘버티기 모드’가 풀리며 억눌렸던 통증 신호가 다시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임상적으로 많은 만성두통이 이러한 지연성 두통 경향을 보입니다. 과로 당일에는 괜찮다가, 다음날 회복 모드로 전환되면서 두통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왜 무리한 날은 괜찮고 다음날 두통이 생길까?


“어제 그렇게 무리했는데,

그날은 멀쩡하고, 왜 오늘 아프죠?”


만성두통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야근, 과로, 장거리 운전, 시험공부, 회식처럼

무리한 날에는 오히려 괜찮다가 다음날 두통이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몸의 회복시스템이 시간차를 두고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지연성 두통의 특징입니다.



무리한 날 : 교감신경 우세의 '버티기 모드'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입니다.


일정을 버텨야 하고, 무너지지 않아야 하니까요.


이때 자율신경은 교감신경 우세 상태로 전환됩니다.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증가
혈관 수축
근육 긴장 유지
통증 신호 억제

스트레스 호르몬은 통증 전달과 염증 반응을 일시적으로 억제합니다.

그래서 무리한 당일에는 두통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리 후 몸에 축적되는 변화


문제가 되는 것은 ‘무리’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쌓이는 변화입니다.


지속적인 긴장은

근육과 근막에 미세 손상을 남기고,

뇌와 혈관에서는 CGRP, Substance P, NO, Prostaglandin 같은 통증 매개물질이 증가합니다.


이 변화는 즉시 두통으로 이어지지 않고 서서히 축적됩니다.


몸은 버티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다음날 두통이 시작되는 기전


다음날이 되면 자율신경은 교감신경우세에서 부교감 신경 우세의 회복모드로 바뀝니다.


이 전환 과정에서

수축되어 있던 혈관이 확장되고
억제되었던 염증 반응이 다시 활성화되며
통증 억제의 고삐가 풀립니다.

그 결과

뇌의 통증 수용기(nociceptor)가 자극되고,

무리한 다음날의 두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두통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전날 억눌려 있던 신호가 드러난 결과입니다.



무리한 다음날 두통이 반복된다면?


어쩌다 한 번 생기는 다음날 두통은 생리적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리 → 다음날 두통 → 진통제로 버팀
→ 다시 무리...


이 패턴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경우 통증 억제 시스템과 자율신경 조절 기능의 부조화가 고착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두통 환자에서 흔히 보이는 양상입니다.


지연성 두통이 자주 생긴다면 이미 몸의 회복 전환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지연성 두통을 인지하는 분들은 대개 따로 있습니다


어쩌다 한번 두통이 있는 분들은 사실 체득하기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으셨다면

오~~ 대단하신 겁니다.


오랜 세월 두통환자분들을 진료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대개 이런 지연성두통을 깨달으신 분들은,

만성두통의 치료를 시작하며
매일매일 아프던 두통이 시작과 끝이 생기거나
두통이 1달에 10번 미만인 분들입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자주 있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평소에 스스로를 세밀하게 관찰하시는 분들에 한해서겠죠?



그럼 지연성 두통을 막을 수는 없을까?


가능합니다.

지연성 두통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로에 대한 버티기와

그로 인한 변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납니다.

하지만 두통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두통이 있고 없고는

회복모드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변수가 관여하지만


가장 큰 관건은 몸의 능력입니다


회복력도 능력이니까요.

얼마나 원활하게 몸이 잘 해결하는가~

그 능력이 생겨서 회복모드가 순탄하면 두통은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그 능력을 높이는 것이 만성두통치료의 Key이기도 합니다.


탑승객의 충격 없이 부드럽게 지면에 닿는...

연착륙 Soft-landing의 능력입니다.


안전하고 부드러운 착륙을 위해서는

비행기의 무게, 크기, 형태, 비행시간, 기체의 내구성, 엔진의 출력, 날씨, 바람 등

여러 여건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많은 부분을 조율하는 조종사 Brain의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단순히 두통의 형태가 아닌

몸 전체를 살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만성두통의 진료시간은 깁니다.


회복이 부드럽게 일어나도록 몸의 조건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지연성 두통 지월한의원.png 연착륙 AI image prompted by 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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