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적인 패턴
“임신하면 다들 두통이 좋아진다잖아요.”
임신으로 두통이 나아졌다는 분이 많습니다. 좋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신으로 인해서 없던 두통이 생기거나 두통이 더 심해지는 분도 있습니다.
임신 중 두통은 누구에게나 생기지는 않습니다.
호르몬 민감성, 회복력, 수면과 혈류 변화 등 몇 가지 임상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임신 중 두통이 심해지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평소에 두통이 있던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배란기나 생리 직전에 두통이 심했던 경우
피임약 복용 후 두통이 악화된 경험
평소 이런 두통이 있었다면 호르몬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입니다.
임신 중의 호르몬은 임신전에 비해 안정화되지만 절대량은 크게 증가합니다.
임신으로 자연히 증가하는 호르몬의 변화는 대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호르몬 민감형 두통에서는 이 ‘증가 자체’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패턴의 두통은, 특히나 임신 초기 두통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민감도의 경중에 따라 중기나 후기에 갑자기 생기는 두통에서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두통이 잦은 분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잠을 자도 깊이 회복되지 않고
조금만 무리해도 두통이 생기고
쉬어도 컨디션이 천천히 돌아오는 분들
임신은 그 자체가 생리적 부담이 큰 변화입니다.
인체는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게 두통입니다.
그 다음으로 흔한 임신초기 두통의 원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중기에 접어들면서 호전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임신 중에는 혈액량과 체액이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이 변화는 대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민감한 분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머리가 꽉 찬 느낌이거나, 둔하고 무거운 느낌이 많습니다.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고,
목과 어깨가 쉽게 긴장되며,
평소에도 긴장형 두통이 있던 분.
이런 분이라면 이 혈류·체액의 변화가 그저 붓는 느낌을 넘어 두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두통에서 종종 간과되는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수면의 질 저하입니다.
임신 중에는 코막힘이나 코골이가 잦아지거나, 잠이 얕아지고, 밤중에 자주 깰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많이 잔 것 같은데, 뇌는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게 되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무겁고, 하루 종일 멍한 두통이 이어집니다.
두통은 대개 자고 나면 나아지는데,
자고 나면 더 아픈 아침두통의 전력이 있으셨던 분들입니다.
임신하면 진통제나 예방약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동안 약으로 억제되어 있던 두통의 구조가 가림막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 경우의 두통은 임신 때문에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눌러 놓았던 두통이 생긴 경우입니다.
그래서 더 갑작스럽고,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패턴에 따른 각각의 두통에 대한 치료법은 있지만, 임신 중에는 여하한 경우가 아니면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재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두통약은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 거의 유일합니다.
비약물적인 치료방법으로 물리치료나 침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조하십시오.
https://doi.org/10.1016/j.eujim.2012.04.002
- 유럽논문 : 임신 중 침치료는 비교적 안전하며 일부 연구에서 두통 강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사실 웬만하면 약이나 치료없이 참고 사는게 두통환자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임신중 두통관리의 목표는 두통을 없앤다기보다 악화시키지 않는 조건을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의외로 공복두통이 적지 않습니다.
입덧 등으로 인해서 먹는 량이 줄어들면서 저혈당이 생기거나 탈수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때때로 혈당을 측정하시거나 입마름이 생기는지 확인하십시오.
혈당이 떨어지면 조금씩이라도 드시는 것이 좋고, 입이 조금이라도 마르면 물을 드십시오.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편두통환자의 경우에는 달리기는 어렵습니다. 많이 걸으십시오.
찜질이 좋습니다. 하지만 찜질로 풀리지 않으면 어깨를 풀어주는 운동을 해 보십시오.
https://youtu.be/drmImOM_j8g?si=HoF9GKc7br2zi9Cq
언제 두통이 심했는지, 무엇을 하면 덜해졌는지를 꾸준히 기록해 보면 호전과 악화의 패턴을 스스로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패턴 인식이 어쩌면 최고의 치료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신기간의 두통은 임신전의 두통보다 훨씬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임신 두통이 생길 지 말지는 임신 전에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각 패턴에 따른 임신 전의 상황이 분명한 분이라면, 임신을 조금 늦춰서라도 임신 전에 미리 치료를 해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아기를 위해서도.
치료는 최소한 진통제 없이도 생활이 힘들지 않는 수준까지입니다.
예방의학의 성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입니다. 그래서 감사의 환호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 무탈하다는 것만으로도 의사에게는 흐뭇한 자부심이 됩니다.
참고)
임신두통이 때로는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 갑자기 번개처럼 시작되는 두통이나, 시야장애를 동반하거나, 혈압이 높아지거나, 20주 이후에 악화되는 두통은 그냥 두통이니까 참아야지~ 하지 마시고 늦지 않게 진료를 꼭 보셔야 합니다. 자간증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 중 두통이 심했던 분들 중에는 출산 후 오히려 머리가 편혀졌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임신 중에는 괜찮았는데 출산 후 처음으로 두통을 겪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출산 후 두통의 변화를 이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