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나만 더 심할까?
“아기는 태어났는데,
내 머리는 아직 출산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출산은 아기만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아닙니다.
엄마의 몸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입니다.
임신 중에는 괜찮았는데, 출산 후에 두통이 심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호르몬 변화 때문입니다.
산후 두통은 대개 출산한 첫 주에 흔합니다.
출산은 ‘급격한 전환기’입니다
임신은 호르몬이 올라가는 시기입니다.
출산은 반대로 그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입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출산 직후 며칠 사이에 급격히 떨어집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이러한 “급변”은 호르몬의 민감도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두통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개 이전에 호르몬민감성 두통이 있었던 분에게 많은 편입니다.
반대로,
임신 중에 그렇게 힘들었던 두통이 출산 후에는 오히려 편해진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주로 임신 당시에 늘어난 혈류·체액 증가로 인한 두통이었던 분들입니다.
출산 후로 붓기가 빠지면서 두통이 덜해지는 것입니다.
대개 산후 두통은 출산 후 1~2주 사이에 심하고 그 이후에는 줄어들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고 두통이 계속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두통이 기질화 된 것입니다.
1) 특별한 규칙 없이 두통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이고,
2) 생리나 배란 시기에 맞추어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두 경우 모두 공통적인 이유는 있습니다.
출산 직후에 일어난 급격한 호르몬 변화의 충격을 몸이 아직 추스르지 못한 결과라는 점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경우는
수면 붕괴, 탈수, 근긴장, 저혈당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두통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 즉 두통의 배경이 폭넓게 형성된 것이고,
둘째의 경우는
두통의 배경이 호르몬 주기 조절의 문제에 국한된 것입니다.
1) 호르몬 급락의 충격
호르몬이 급락한 이후 호르몬 리듬이 임신 전처럼 안정된 리듬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새로운 리듬을 찾아갈 때입니다.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호르몬 안정을 돕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2) 수면 붕괴
출산 후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밤중 수유, 자주 깨는 잠, 얕은 수면으로
많이 잔 것 같지만 뇌가 잘 쉬지 못하여 회복이 늦은 경우입니다.
자고 나면 나아져야 할 두통이 자고 나면 더 무거워지는 이유입니다.
3) 탈수와 저혈당
모유 수유는 생각보다 많은 수분과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따라서 자칫 수분이 부족할 수 있고, 식사는 불규칙해집니다.
이런 두통은 어쩌면 몸이 말라가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4) 목·어깨 긴장 두통
출산 후 몸은 힘들어지고, 수유 자세와 아이를 한쪽으로 안는 습관, 고개를 오래 숙이는 자세 등
출산 후의 생활패턴으로 인해 목과 어깨에 지속적인 긴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5) 무통분만의 영향
무통분만 출산으로 마취를 받은 경우, 특정한 양상의 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앉거나 서면 심해지고 누우면 호전되는 두통입니다.
경막 천자후 두통(Post-dural puncture headache)으로 뇌척수액 누출로 인한 저압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단순 산후 두통과 다르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산후 두통이 모두 호르몬 때문은 아닙니다.
갑자기 번개처럼 시작된 두통, 시야장애나 어지럼을 동반하거나, 혈압 상승,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등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의 두통은 참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산후자간증, 뇌정맥동혈전증, 감염성 두통 등 여러 원인을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산 후의 두통은 임신 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모유 수유가 없다면 기존의 진통제나 예방약 등 일반적인 두통치료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유 수유 중이라면 약물도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자량이 작은 약물과 지용성 약물 그리고 반감기가 긴 약물은 모유로 이행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 수유 중 1차 선택 약물입니다. 영아 부작용 보고는 극히 드뭅니다.
- 이부프로펜도 안전 범주에 속합니다.
- 나프록센은 반감기가 긴 약입니다. 수유 중에는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편두통 전문약과 예방약 : 주치의께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그에 따라 약물을 조절해 주실 것입니다.
강한 성분의 약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마황을 과량 쓰거나, 대황 망초 같은 강한 사하제, 부자, 초오와 같은 알칼로이드 한약재들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신중히 써야 합니다.
일반적인 산후 보약들은 대개 안전 범주에 속하지만 반드시 전문 처방이 필요합니다.
모유 수유중임을 꼭 말씀하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수유 중의 한약은 한의사의 정밀한 진료로 전문 처방되는 약이 아니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출산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생명을 만드는 위대한 일을 이루신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