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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손해 보곤 못살아

다툼과 법 7. 다툼에서 벗어나기

by 크느네

이 세상에 사람이 몇 명 없다면 서로 부딪칠 일이 거의 없어, 다툼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도 서로 부딪칠 일이 생깁니다. 자신이든 상대방이든 둘 중 한 명이라도 잘못하게 되면 다툼이 나게 됩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람 사이에서 실수하면 누군가 손해가 납니다. 손해 보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기에, 이것 또한 다툼을 만듭니다.

이 세상에서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수명이 긴 편입니다. 살다 보면 다툼이나 사고가 나기 마련인데, 사람은 오래 살기에 누구나 많은 다툼과 사고를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그 외에도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툼이나 사고가 생기면, 그 일에 따른 가해자와 피해자 또한 생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다툼과 사고에서 완벽한 가해자와 완벽한 피해자를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주로 손해를 더 많이 본 쪽을 피해자로 보지만, 그마저도 확실한 기준은 아닙니다.


어느 날 철수가 영호에게 시비를 걸었고, 화가 난 영호는 철수를 때렸습니다. 철수와 영호 모두 잘못했지만, 주로 가해자는 폭행을 한 영호로, 피해자는 말로 시비를 걸었지만 폭행을 당한 철수로 봅니다.

그러나 영호가 철수로부터 기분 나쁜 일을 당한 데엔 별다른 이유가 없었지만, 영호가 철수를 때린 데엔 ‘철수의 잘못’이라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먼저 괴롭힌 쪽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애초에 철수가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 다툼이 일어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결과만 보면 영호가 가해자지만, 원인을 보면 철수를 가해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다툼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확하게 구별되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면 일이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툼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정확히 구분하는 일이 어렵기에 사과하는 일조차 안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툼이 한번 생기면 그 다툼이 오래가기 쉽습니다. 작은 다툼에서 시작한 일이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서로 끊임없이 미워하는 심각한 원수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명백한 가해자라도 무례하게 굴고 사과하지 않는다거나, 다툼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고소(형사재판)나 민사재판을 통한 방법으로 해결을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법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가 이기면, 복수에 성공한 것이 될 뿐 자기가 받은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가 지게 되면, 그동안 받았던 상처에 더 큰 상처가 생기게 됩니다. 민사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돈을 쓰게 되어, 다툼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에 재판 준비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더해진 꼴이 됩니다.

다툼과 사고가 생기게 되면 자기가 아무리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해도, 이래저래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툼이나 사고가 일단 생겼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이 다툼에서 어느 정도는 손해 볼 수밖에 없다’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세상에서 손해 보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억울하게 손해 볼수록 더욱더 그 손해를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자기 손해를 없애려고 자기 잘못이 없다고 우기거나 다툼을 오래 끌게 되면 자기 손해만 더 커질 뿐입니다.


서로 장난하다가 지훈이는 준서의 손을 다치게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못하고 다툼이 오래가게 되면, 둘 다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계속 커집니다. 그러면 손을 다친 것 외에 또 다른 마음의 상처가 생기고 생활은 더 불편해집니다. 게다가 좋지 않은 생각에 자주 사로잡혀 생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손을 다친 것보다 훨씬 더 큰 손해가 난 꼴이 됩니다.

그래서 다툼이 생기면 어느 정도 손해 볼 마음을 먹고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가 사건의 주된 가해자라고 생각되면, 자기 것의 많은 부분을 손해 보면서 피해를 갚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행여나 상대방에게 피해 보상하는 일을 최대한 질질 끌면서, 자기 손해를 줄이려고 하다가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래 보상해야 할 것에, 벌금이나 감옥생활 같은 처벌까지 추가됩니다. 만약에 고소를 당하고 사기로 처벌받게 되면, 자기 인생에 사기꾼 범죄자라는 나쁜 제목을 달게 됩니다. 남에게 그 사실을 감출 순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겐 영원히 감출 수 없는, 항상 생각하고 살아야만 하는 사실이 될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너무 심한 요구를 해서 감당이 어렵다면 재판을 통해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가 사건의 주된 피해자라고 생각되면, 돈이든 마음고생이든 어느 정도 손해를 받아들일 마음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피해가 생긴 순간부터, 자기에게 발생한 손해를 없던 것으로 되돌리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다툼이 끝나지 않으면 피해자는 계속 피해자라는 우울한 상황으로 남아있어야 하며, 더욱이 재판까지 간다면 그 기간은 훨씬 길어집니다. 특히 사기죄는 민사 재판에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재판을 거치지 않는 빠른 마무리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설득시켜 보상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논리적이고 상식에 맞게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은 좋은 방법이지만, 상대방이 감정적이고 몰상식하게 대응하면 별다른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기 손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면서 설득하는 방법은 상대에게 이득이 있으므로 설득하기 쉬운 편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상대방의 부담을 줄여주고 빨리 합의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자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일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손해를 보면서까지 다툼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법이나 국가 기관이 사람의 다툼을 확실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자기를 협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경찰에 신고한다고 문제 해결이 바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이 자기를 따라다니면서 보호해주는 것은 협박하는 사람이 직접 무기를 들고 쫓아오는 수준이 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도 잠시뿐이죠. 경찰 3, 4명이 24시간 평생을 피해자 옆에 붙어있을 순 없으니까요.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협박하는 사람에게 경고를 하거나 위치추적장치를 피해자에게 주는 정도뿐입니다.

협박죄에 관한 법이 있기에 고소를 해도 됩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증거를 모아야 하고 재판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게다가 재판 결과가 가해자에게 무죄가 나왔다면, 피해자는 더욱 기운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재판을 신청하기보다 개인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확실하게 자기 입장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도 받고, 필요하다면 개인 경호인을 잠시 활용해보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으로 국가 기관인 경찰과 법원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 방법 이후에는 딱히 남아있는 방법이 더는 없으니까요.



법을 통해 다툼을 해결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무턱대고 법원을 찾아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부담되더라도 이왕이면 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준비해야 합니다. 변호사를 통해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결정하고, 재판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돈과 시간을 계산해 봐야 합니다. 분한 마음에 감정만 내세우다가 무리하게 재판을 준비하면 큰 손해가 날 수 있으며, 재판 자체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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