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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Jan 09. 2022

쫄딱 망하면?

돈 벌기와 돈 관리 : 파산

영희는 많은 빚 때문에 파산하게 되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활하다 보면 자기가 모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나 가족이 큰 병에 들거나, 갑자기 사고가 나거나, 집 같은 비싼 물건을 사거나, 어려워진 개인 사업을 유지하려고 하거나, 개인 사업을 더 크게 하려고 하거나 등등 사람마다 자기 사정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주식이나 부동산이 있더라도 이런 물건은 함부로 급하게 팔기 어려우므로 은행이나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리게 됩니다.

돈을 빌렸다면 나중에 갚으면 됩니다. 그런데 적은 돈을 빌렸다면 갚는 일이 쉽지만, 큰돈을 빌려서 갚기 어려울 때는 문제가 됩니다. 결국 부동산과 자신의 재테크 상품을 모두 판 돈과 자기가 저축했던 돈을 모아서 빚을 갚아야 합니다. 문제는 그래도 빚이 남았을 때입니다. 재테크를 모두 정리했기에 돈을 버는 남은 방법은 직업뿐입니다. 자기 임금에서 꾸준히 빚을 갚아 나가야 합니다. 자기 임금 대부분이 빚으로 나가면 최소한의 의식주정 생활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재테크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어려운 생활을 오랫동안 감당해야만 빚을 갚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추심입니다. 추심이란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것을 말합니다. 돈을 빌린 사람은 약속한 기간 안에 빌린 돈과 이자를 갚아야 합니다. 돈 빌려준 사람은 끝없이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큰돈일수록 약속한 기간 안에 자기 임금으로 빚을 모두 갚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돈을 빌려준 은행이나 사람(채권자)은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게 됩니다. 매일마다 빨리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일을 당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약속한 기간을 넘길수록 갚아야 할 이자는 더욱 커집니다.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채무자)은 자기 임금에서 빚을 갚으며 어렵게 생활하는 가운데 이런 압박과 괴로움을 견뎌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직장마저 없을 때입니다. 이럴 때는 정말로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늘어나는 빚을 보면서 하염없이 추심을 당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죽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기 능력으로 더 이상 빚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살 기회, 다시 일상생활을 시작할 기회를 법으로 주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파산 면책’ 제도입니다. 파산은 자기 남은 재산을 모두 파는 것, 면책은 빚을 없애주는 것을 말합니다. 파산과 면책은 서로 짝을 이룹니다. 법원에 이 제도를 신청하고 그 허락을 받으면 빚을 갚지 못했던 사람은 자기 남은 재산을 모두 팔아 돈 받을 사람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빚잔치를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빚이 남았더라도 법원이 그 빚을 모두 없애주는 면책을 받게 됩니다. 법원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파산한 사람은 완전한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빚 받는 일을 포기하라고 법원이 명령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파산 결정이 나면 돈을 빌려준 사람 대부분은 빚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됩니다. 더 이상 추심도 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돈을 빌려준 쪽이 손해 보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돈을 빌려준 쪽은 국가가 대신 갚아 주지도 않으면서 돈을 못 받게 하므로 분명히 화가 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빚잔치가 끝난 사람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빚이 너무 많거나, 임금을 받아서 내더라도 빚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생존할 길이 아예 없기에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새로 살 기회를 주는 것이 파산 면책 제도입니다.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망한 사람에게 일부러 국가가 특별한 혜택을 주려고 파산 면책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파산 결정이 나고 빚잔치를 하더라도 면책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로 상대방의 돈을 빌렸거나, 지나친 소비나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게 되었거나, 빚잔치할 재산을 몰래 감추었다면 면책받지 못합니다. 그러면 빚잔치를 해도 남은 빚이 사라지지 않기에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 추심당하게 됩니다. 파산 면책 제도는 빚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도 안 되고, 노력할 수도 없는 사람을 위한 제도입니다. 적당히 이 제도를 이용해 먹으려고 하다가는 진짜로 인생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파산 면책으로 빚이 사라졌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그 사람을 용서해 주었다 하더라도 사회에서 그 사람을 환영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한 사람은 은행에 5년 동안 파산했다고 기록에 남습니다. 대출할 수 없으며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역시 거의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먼저 이용하고 나중에 돈을 내는 거래를 하지 못합니다. 은행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 그 사람의 신용등급을 확인합니다. 신용등급은 빌려준 돈을 갚는 능력을 10단계로 구분한 것입니다. 파산한 사람의 신용등급은 당연히 가장 낮은 등급인 10등급이 됩니다. 신용등급은 취업할 때 많은 회사에서 검사하며 10등급은 거의 취직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는 취업지원서에 자기 신용 등급 서류를 제출할 만큼 중요한 서류입니다. 게다가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의사·변호사·회계사·공무원 같은 국가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을 가질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파산한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가 매우 큰 상처가 됩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 쓰고 갚지 못해 피해만 주다가 사회에서 무능력한 사람으로 정해진 사실은 평생 괴로운 일로 남을 것입니다.     

파산 면책 외에 개인 회생이라는 제도 또한 있습니다. 큰 빚이 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 임금으로 빌린 돈과 이자를 조금씩 갚을 수는 있지만 수십 년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제도입니다. 법원에서 개인 회생 결정을 받은 사람은 3년 동안 자신의 최소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빚 갚는 일에만 써야 합니다. 그러면 3년 뒤에 나머지 빚을 법원에서 없애 줍니다. 파산 면책처럼 법원에서 돈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역시나 손해가 생깁니다. 하지만 만약에 돈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않고 도망가거나 죽게 되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기에 개인 회생으로 조금이라도 더 돈을 받아 낼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이득입니다. 그만큼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은 위험이 매우 큽니다. 가끔씩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않으려고 일부러 개인 회생 제도를 사용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법원은 이런 일을 철저하게 조사합니다. 파산과 비슷하게 주로 매우 가난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개인회생은 빚잔치를 하지 않으므로 자기 재산을 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 점은 파산보다 훨씬 좋습니다. 하지만 자기 월급 중 약 100만 원 정도만 가지고 생활해야 하며 신용카드 사용이 금지됩니다. 실제로 개인회생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파산 면책이나 개인 회생을 받으면 법적으로 자기 빚이 사라지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피해 준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제도로 인해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자기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병이나 사고, 교육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기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낫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면 한 명에게 많은 돈을 빌리기보다 여러 명에게 적은 돈을 빌리는 것이 그나마 서로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무엇보다 웬만하면 무리하게 돈 빌리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으면 돈 갚을 방법이 사실상 거의 없기에 돈 빌리는 일을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한다면 번 돈으로 저축이나 재테크를 통해 돈을 불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려운 일이 닥칠 때 돈을 마련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기 수입보다 훨씬 많은 지출을 습관적으로 하거나, 성급하게 사업을 하거나, 대출한 돈으로 주식이나 코인 같은 위험한 재테크를 하는 일은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자기가 직접 만드는 것은 꼭 피해야 합니다.       


친구의 파산 이야기는 남 일이지만 언제든지 영희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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