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호와 윤아는 벚꽃 축제가 열리는 수목원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승호는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왔는데, 윤아에게 고백을 결심하고 특별히 차려입은 것이었습니다. 단정한 승호의 모습에 윤아는 살짝 놀랐습니다.
윤아: 오늘 무슨 면접이라도 있니?
승호: 무슨 면접이야, 너랑 벚꽃 보러 온 건데.
윤아: 그런데 왜 체육복이 아니야?
승호: 오늘 너랑 벚꽃 구경도 하고, 사진도 좀 멋지게 찍으려고 이렇게 입었어.
윤아: 차려입으니까 멋지네. 근데 내 친구 미희가 요즘 친한 오빠랑 썸 타고 있다면서 상담을 요청했지 뭐야.
승호: 연애 상담까지 해줘? 그런데 썸 탄다는 게 무슨 의미야?
윤아: 서로 사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직 애매한 상태로 지내는 거야. 서로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표현해야 썸이라고 볼 수 있지.
승호: 친구와 애인의 딱 중간쯤?
윤아: 맞아, 친구는 서로 어울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친구가 될 때가 많지만, 애인은 그렇지 않아. 고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해. 고백 없이 애매하게만 지내면 썸만 타고 사귀지는 못할걸?
승호: “나는 너를 좋아해”라는 고백 과정 없이 사귈 수도 있지 않나?
윤아: 고백 없이 사귀는 사람도 있어. 좋아한다는 말을 빼고 “우리 사귀자”라고만 묻고 “그래”라고 대답하면 가능하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운 고백을 하고 사귀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승호: 내 마음만 믿고 고백했다가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서로 난감해지잖아.
윤아: 맞아. 오랫동안 함께 사는 부부도 서로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는데, 썸 타는 사이로는 상대방 마음을 확실히 알기 어렵지. 그래서 고백을 통해 마음을 확인하는 거고.
승호: 그런데 보통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세요”라고 고백하잖아? 조금 이상하지 않아?
윤아: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승호: 사귀려면 혼자만이 아니라 서로가 같이 좋아해야 하잖아. 만약 상대방 마음을 전혀 모르면서 일단 내가 좋으니까 사귀자고 하는 건 꽤나 실례가 되잖아.
윤아: 그러니까 “난 너를 확실히 좋아해. 너도 나를 좋아하면 우리 사귀자”라고 말해야 옳게 된 고백이란 거지?
승호: 그렇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관심이 없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사귀자고 말하는 건 자기 욕심만 부리는 일일 뿐이야. 상대방도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고백을 해야지.
윤아: 나도 상대방 마음을 거의 아는 상황에서 고백해야 좋은 고백이라고 생각해.
승호: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상대방도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두 사람의 고백이 같으면 제대로 된 애인 사이가 되는 거지.
윤아: 사실 나도 고백은 한 사람이 하고, 상대방은 그걸 받아주는 걸로만 생각했어. 그런데 서로 함께 고백하는 걸로 생각하니까 굳이 상대방이 먼저 고백하기만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승호: 맞아, 부탁하고 허락받는 방식이 틀린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둘이 동등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지. 그리고 꼭 남자가 먼저, 여자가 먼저 이런 거 정할 필요도 없고. 마음이 있으면 그저 말하면 되는 거야.
윤아: 그래서 말인데, 나 사실 너 많이 좋아해, 넌 나 어때?
승호: 어엇! 뭐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게다가 보통 이런 건 남자가 먼저 하지 않나?
윤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저 말하면 되는 거라며. 내가 널 기다리다가 지쳐서 말이지. 그런데 왜 대답을 바로 안 하니?
승호: 나도 널 많이 좋아해. 우리 이제 사귀어야 할 것 같아.
윤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네 입으로 직접 들으니까 새롭고 기쁘네.
승호: 나도 너와 이렇게 돼서 참 좋다.
윤아: 우리 기념으로 벚꽃 앞에서 사진 찍자. 오늘을 기억할 수 있게.
승호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승호와 윤아는 서로 손을 잡고 벚꽃 앞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백 없이 두루뭉술하게 연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고백으로 서로의 마음을 진지하게 확인하면 두 사람의 신뢰가 더 깊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사귀는 날짜를 세려는 것이 아니라 사귀는 동안 다른 사람과 연인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친구는 여러 명일 수 있지만, 애인은 반드시 한 명이어야 합니다.
애인이 되려면 단순히 자신이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해야만 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 확신 없이 그저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내 마음만 가지고 고백하는 것은 성급한 고백입니다. 이러한 성급한 고백은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기에 충분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백을 거절당한 이유가 외모나 재산, 학벌, 직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고소득자나 명문대 출신만 연애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비록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깊더라도, 상대와 인연이 닿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 교제하게 된다면 아쉽지만 받아들이고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억지로는 연인이 될 수 없으며 상대방이 자신을 미워하는 일만 남게 됩니다.
친구에서 애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소개팅을 통해 연인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소개팅에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