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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남자"를 좋아하시나요...?

이성에게 "재밌는 남자"부터 되어야 하는 이유

by 윤영식
“안녕하세요! 혹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네?? 아...음
재밌는 남자요!”




뭇 여성들의 이상형을 물으면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단연 “재밌는 남자”다. 감히 단언하건대 세상에서 “재밌는 남자”를 마다할 여성은 없을 것이다. ‘시크한 남자’와 ‘자상한 남자’, ‘푸근한 남자’와 ‘카리스마 있는 남자’,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를 놓고 고민하는 여성들은 있어도 ‘재밌는 남자’와 ‘재미없는 남자’를 고민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재밌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재미”의 정반대 편에 “지루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고민할 여지가 없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재미없는 사람과 지루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꽤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너 못생겼다’는 말보다 ‘재미없다’는 말이 더 모욕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다. 만약 지금의 연인에게서 그러한 ‘팩폭’을 당했다면 그 사랑이라는 기차는 이별이라는 종착지로 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성에게 있어 "재미"라 것은 조금 남다르다. 특히 이성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그렇다. 미국 진화심리학자 로버트 트리버스가 정립한 부모 투자 이론(Parental Investment Theory)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은 번식 선택 메커니즘이 자체가 다르다는 것인데,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비교적 많은 번식 투자 기회를 가진다. 그래서 남성들은 최대한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행동하며 최대한 다수의 이성에게 접근하여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 반면에 여성은 유전적으로 남성보다 적은 번식 기회를 가진다. 그래서 더 유전자 선별에 있어 더욱 까다롭다. 단순하게 이성의 외모와 경제적인 측면 부분뿐 아니라, 성격, 책임감, 유머 감각 등 다양한 요인을 총체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유전자 선택 우선순위는 "시대"를 반영한다. 전쟁이 잦은 시대에서 번식을 해야 한다면 힘이 세고 강한, 무엇보다 ‘전투’에 적합한 유전자가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특성은 필수가 아니다. 오히려 전투적이고 과거의 마초적인 남성성에 머물러 있는 유전자는 시대적인 반감을 일으키기 쉽다. 결론적으로 ‘재미’를 원하는 여성이 많다는 것은, 곧 21세기를 살아가는데 남성의 ‘재미’가 생존과 번영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재밌는 친구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의 영역을 넘어서, 재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들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메멘토 모리적" 사고의 확산 또한 재미의 필요성에 큰 기여를 한다. 메멘토 모리적 사고, 즉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에 ‘행복’을 향한 관심과 욕구가 높아졌다. 행복한 인생이란 재밌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통하는 경제적인 자유에 대한 갈망이나 소확행과 같은 트렌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재밌는 인생’이다. 재밌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 만약 돈이 많지만 재미없는 인생, 사회적인 성공을 이뤘지만 재미없는 인생을 상상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공감이 쉽다.


이러한 시대적인 특성과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은 하나의 결론을 내놓는다. 여성에게 사랑받는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남성이 되고 싶다면 공통분모로 “재밌는 남자”를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 유리하다.


그러니 만약 도저히 외모로서는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성형외과를 찾아가 실낱같은 기적을 기대하는 것보다, ‘여성을 재밌게 하는 법’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재미”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가장 잘못된 접근은 ‘재미’를 ‘웃기다’와 동의어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밌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 유튜브로 개그를 공부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날뿐더러(개그맨의 개그가 성공하려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요인이 필요하다), 성공하더라도 ‘웃긴 남자’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다. 국어사전에서 ‘재미’와 ‘웃기다’를 명확하게 구분하듯 둘은 다르다. 영어에서도 재미를 ‘interesting’로 생각한다면 웃기다는 것은 ‘funny’에 가깝다. 물론 좀 더 폭넓은 ‘재미’라는 개념에는 ‘웃기다’가 있으니, ‘웃기다’는 것은 ‘재밌다’는 것을 의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재미’가 ‘웃김’ 그 차제가 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재밌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웃긴 남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재미”는 무엇인가. 위키백과에서는 “어떠한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그것에 관한 일종의 만족감”이라고 정의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군가에게 재미는 센스이며 누군가에게는 위트이고 누군가에게는 반전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즉, “재미”는 철저하게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를 위한 어떤 재미인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사실 여기에 가장 좋은 해답은, 충분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이성이 반응하는 “재미”의 포인트를 찾고 그것을 개발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니 모호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몇 가지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재미는 대부분 ‘대화’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대화만 잘 통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낀다. 심지어 많은 심리학자들은 여성의 성욕이 육체적 자극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친밀감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대화가 필수적이다.(어떤 형태로의 대화이든) 즉, 여성과 매력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남자로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취미생활을 가지라는 것과 즐거운 경험들을 쌓으라는 것들 역시 ‘재밌는 대화’를 이끄는 바탕이 된다. 평생 집에 틀어박혀 사는 남자보다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남자에게 재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불안 워크북(The Anxiety Workbook)의 저자, 임상심리학 석사 아를린 쿤치치는(Arlin Cuncic)는 재밌는 사람이 되기 위해 네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주변의 세상일들에 호기심을 가지기,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이를 통해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라는 것이다. 특히 그녀는 “가벼움”을 강조한다. 재밌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지 말라는 건데, 내가 인생을 즐길 수 있어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그녀의 말대로 "Be positive", 즉 긍정으로서의 삶이 곧 이성에게 재밌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마침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성에게 재밌는 사람이 되기 위한 최고의 방법들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양한 취미를 가져보는 것, 적극 경청하고 대화하는 것, 너무 심각하지 않도록 가볍게 생각해 보는 것 등등. 그 어떤 것도 좋다. 단 한 가지만 성취해도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다.


단군 이래 가장 불공평한 세상이다. 누군가는 잘생김 하나만으로 여성들을 배꼽 빠지게 웃긴다. 누군가는 숨만 쉬어도 이성에게 대시를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과정을 겪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생에는 고통이 있는 만큼 행복이 따르는 법이다. 이성에게 재밌는 남자가 되기 위한 노력들은 언젠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결실로 보답할 것이다. 그래서 멀리서 바라본다면 인생은 생각보다 공평할지도 모른다.


자 이제, 인생에서 가장 "재밌는 남자"가 되기 위 당신의 이야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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