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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도시락 말고 창업 실험입니다

제품 없어도 시작하는 법. 나도 몰랐지만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by 불편함사냥꾼

창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완벽한 제품'을 떠올리게 되잖아. 근데 세상에 완벽한 시작이 어딨어. 대부분은 좀 이상하고, 좀 허술하고, 솔직히 말하면 "어? 이게 될까?" 싶은 실험 하나로 시작되는 거야.


"MVP 해야 한다더라..." 그 부담감부터 버려

주변에서 창업 얘기만 나오면 누군가 꼭 이런 말을 해.

"요즘은 MVP부터 만들어야 한다더라~"

"린스타트업이 뭔지 알아? 그거부터 공부해 봐."


아, 진짜 부담스러워. 마치 창업하려면 MBA 코스 다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근데 있잖아, MVP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를 겁먹게 만드는 것 같아. 'Minimum Viable Product'... 영어부터 어렵고, 뭔가 전문적인 걸 만들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MVP의 진짜 의미는 정말 다르거든. "그냥 한 번 해봤어" 정도야.


"내 허술한 아이디어가 MVP라고?"

내가 MVP를 처음 이해한 건 아마존에 1조 원에 팔린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 이야기를 들었을 때야. 자포스 창업자가 뭘 했는지 알아? 거창한 쇼핑몰 사이트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동네 신발가게 돌아다니면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물어본 거야. 그리고 그 사진들을 웹에 올렸어. 누군가 주문하면? 다시 그 가게 가서 신발 사 와서 직접 포장해서 보냈고.


이게 MVP야. 웹사이트도 허술하고, 재고도 없고, 물류시스템도 없어. 그냥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신발을 살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한 실험이었던 거지. 결과는? "어? 진짜 사는데?" 였어.


실험 vs 제품 만들기: 완전 다른 마인드셋

여기서 핵심은 마인드셋의 차이야.


제품 만들기 마인드

"완벽한 온라인 쇼핑몰 만들어야지!"

6개월~1년 개발 기간

수천만 원 투자 필요

실패하면 모든 게 날아감

실험하기 마인드는

"혹시 온라인으로도 신발 살까?"

하루면 테스트 가능

거의 공짜

실패해도 하나 배운 거지 뭐


같은 아이디어인데 접근 방식이 완전 다르지?


한국 과자로 깨달은 "고객은 내가 모르는 존재"

스낵피버 얘기도 비슷해. 한국 과자를 미국에 팔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어. 투자자를 찾아갔어. 돌아온 말은 딱 하나였어. "그걸 사는 사람이 있는지부터 보여줘요."


그날 밤, 초코파이랑 새우깡 사진 찍어서 웹에 올렸고, 주문이 오면 직접 한인마트에 가서 사서 보냈어. 가격? 박스당 20달러. 이것도 완전 허술하잖아? 근데 결과가 놀라웠어. 주문이 꾸준히 들어온 거야. 더 충격적인 건 고객의 90%가 백인이었다는 거. 애초에 타깃으로 생각했던 '외국 거주 한국인'이 아니라!


이게 바로 실험의 힘이야. 내가 생각한 고객과 진짜 고객이 다르다는 걸 미리 알 수 있는 거지.


골판지 한 장이 알려준 진실

지난번에 쓴 시각장애인 친구의 한마디, ‘나 이 시계 차고 싶지 않아’에서 출발해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모두의 시계로 만든 브래들리 타임피스 이야기 기억나? 이 창업자는 골판지로 시계 모형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에게 보여줬어. 손끝으로 시계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전부였지만, 그게 고객의 반응을 끌어냈고,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걸 가르쳐줬어.


피벗: 방향 바꾸는 게 창피한 게 아니야

슬랙(Slack)이라고 들어봤어? 회사에서 카톡 대신 쓰는 업무용 메신저. 근데 이게 원래는 게임회사였다는 거 알아?


'Glitch'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있었는데 개발이 잘 안 됐거든. 그런데 게임 개발하면서 팀 내부 소통용으로 만든 간단한 메신저가 있었어. 개발팀들이 이걸 미친 듯이 썼어. "어? 이거 없으면 우리 일 못 하겠는데?", "다른 회사들도 이런 거 필요할 것 같은데?" 창업자들이 과감하게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 메신저에 올인했어. 그게 우리가 아는 슬랙이야.


이게 바로 피벗(Pivot)이야. 원래 계획이 틀렸으면 방향을 바꾸는 거. 창피한 게 아니라 똑똑한 거지.


"실험 체질"로 바꾸는 법

MVP의 핵심은 "실험 체질"을 기르는 거야.


기존 사고방식: 완벽한 아이디어 생각해 내기 → 완벽한 제품 만들기 → 출시하기

실험체질: 궁금한 거 있으면 →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테스트 → 배운 거 바탕으로 다음 실험


예를 들어 "펫샵 창업하고 싶다"면


기존 방식: 임대료, 인테리어, 재고... 수천만 원 투자하고 오픈

실험 방식: 일단 인스타에 "우리 동네 반려동물 사료 배달해 드려요" 포스팅 → 주문 들어오면 펫샵 가서 사 와서 배달 → 반응 보고 다음 단계 결정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실험 3가지

(1) 가설검증 실험: "사람들이 이런 걸 원할까?" → SNS에 간단한 설문이나 포스팅으로 반응 확인

(2) 수요확인 실험: "정말 돈 내고 살까?" → 사전 예약이나 관심 등록받아보기

(3) 해결책 테스트: "내 방법이 정말 문제를 해결할까?" → 가장 간단한 형태로 만들어서 몇 명한테 써보게 하기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 "배움"

MVP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 배우느냐야.

고객이 누군지 배우기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배우기

내 가정이 맞는지 틀린지 배우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배우기

제품이 완벽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허술할수록 좋아. 사람들이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다"라고 피드백을 많이 주거든. 그 피드백이 바로 다음 실험의 힌트가 되는 거야.

시작하는 사람 vs 준비만 하는 사람

창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두 타입이 있어.

(1) 타입 A (준비파): "아이디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 "돈 좀 더 모으고 시작해야지." "공부 더 하고 시작해야지."

(2) 타입 B (실험파): "일단 해보고 문제 되면 고치자." "작게라도 시작해 보자." "틀려도 배우는 게 있을 거야."


MVP는 타입 B 사고방식이야. 완벽한 준비보다는 작은 시작을 택하는 거지.

마무리: 실험은 실패가 아니야

MVP를 "미완성 제품"이라 생각하면 부끄럽고 민망해. 하지만 "작은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당당해져. 실험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배우는 게 목적이거든. 자포스의 신발 사진도, 스낵피버의 한인마트 쇼핑도, 골판지 시계도... 다 실험이었어. 그 실험들이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진 거지.


뭔가 궁금한 게 있다면, 완벽한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작은 실험 하나 해봐. "이게 될까?" 싶은 거 말이야.



P.S. "아 그리고! 혹시 작은 실험 해봤으면 댓글로 후기 좀... 성공했든 망했든 함께 배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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