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만해도 짜장면을 시키면 다회용 그릇이 오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지금처럼 일회용기가 그 자리를 꿰찬 것도 2010년 이후에나 생긴 변화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렸겠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극불호였다. 편의점 도시락 마냥 담겨 온 짜장면이라니, 실망감이 앞섰고 왠지 모르게 맛도 덜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10년 동안 강산이 변해, 이제는 일회용기를 안 쓰는 업체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고 나서는, 어쩌다 배달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때면, 맛이나 서비스보다도 그릇에 담겨오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블로그 리뷰를 헤집었다. 다행히도 집 주변에 한 곳이 있어서 먹을 수 있었지만, 그릇에 배달된 짜장면을 먹는 일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인건비 상승이 주된 이유였다. 3000원대 머물렀던 최저시급이 2010년부터는 급격한 상승을 시작하면서 용기 회수에 필요한 인건비보다 일회용기가 훨씬 싸게 먹혔던 것이다. 우리나라 인건비는 너무 낮았고, 중국집에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테니, 서운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배달 특급에서 시작한 다회용기 배달
그런데 인건비가 만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중국집의 다회용 그릇이 경기도에 다시 나타났다!? 배달 특급이라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역 배달 플랫폼에서 시행 중인 다회용기 서비스가 그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수거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10년 뒤에는 가능할지도..), 사람이 직접 수거한다. 10년 전까지 중국집에서 하던 프로세스 그대로이다.
차이점이라면 모든 가게가 공용 그릇을 쓰고, 일괄적으로 수거하여, 전문 세척업체를 통해 세척된다는 정도뿐이다. 일괄적인 관리 덕분에 가게별 관리보다처리단가가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일회용기보다는 비싸다. 여기에 더해 프로모션 쿠폰까지 뿌리고 있다. 여전히 경제적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짜장면 그릇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배로 상승한 인건비로 경제성은 몇 배나 더 악화되었는데, 도대체 어떤 수로 부활했을까?
그 배경에는 악화된 경제성을 상회할 만큼 악화된 폐기물 문제가 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 총량제의 시행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허가된 반입 용량을 초과하면 반입 정지 및 추가 수수료의 페널티가 있는데, 올해 화성시는 4개월 만에 반입량을 모두 소진했다. 11월 15일까지 압도적 1등으로 367%를 배출해서 내년부터 반입 정지를 당하고 추가 수수료를 낼 예정이다. 게다가 인천시가 2025년 인천시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 폐쇄를 단호하게 선언했기 때문에, 앞으로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화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최대한 매립지로 가는 쓰레기를 줄여야 할 텐데, 배달 쓰레기는 생활폐기물 중에서도 오염된 채로 배출될 확률이 높은 저급 폐기물이다. 때문에 재활용이 힘든 배달용기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해 화성시를 무대로 실험해보고 있는 것 같다.
서울 한복판에도 부활했다.
요기요를 통해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강남구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강남구 역시 반입 총량제 위반 지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