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마주하는 선입견과 편견은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황궁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끄트머리 칸에서 자란 것도 아닙니다.
언제나 사람을 악의 없이 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오히려 “먹고 살 만해서 저런다”라는 오해의 근거가 될 때가 많습니다.
생존이 위협받는데 착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해가 생기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모순입니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보통 틈만 나면 갑질하지 않던가요?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갑질을 하는 데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는 갑질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에 자주 빠지게 되어 갑질이 성격으로 굳어져 버리는 경우도 많으리라 봅니다.
악의 없고 착한,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은 쉽게 이용당합니다. 이용하기 쉬운데다, 이용하는 사람의 죄책감도 덜어주기 때문이지요. “이런다고 네가 굶어죽지는 않을 거 아냐. 나는 죽을 수도 있어.” 같은 마음이, 심지어 “난 이렇게 힘든데 넌 걱정 없다는 거지?”와 같은 시기와 박탈감으로 이어져 분노를 퍼부을 대상으로 등극하게 되기도 합니다. 착한 사람은 그저 착하게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감정선 및 남의 사정에 휘말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먹고 살 만한 사람이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오해를 사는 경우에는 큰일입니다. 착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굶어죽을 수 있거든요.
저 역시 먹고살기 위해, 성질 나쁘게 구는 숨은 자아를 강제적으로 언락(unlock)하여(?) 종종 꺼내쓰는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캐릭터가 필요 상황에 갑자기 강하게 뭔가를 밀어붙이면, 보통 반발이 더 큽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봅니다. 이런 걸 사회적으로 크게 보면 “차별”이라고 말하지요.
한국 내에서도 성별 격차가 있고, 미국의 경우 서양 남성과 여성에 비해 동양 여성은 강한 이미지 구축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지간해서는 뭘 해도 동네북으로 보이죠. 강해 보여도 언제나 “동양 여자 치고”라는 숨겨진 수식어가 붙게 됩니다. 수정 구슬을 들고 다니며 동양 흑마법사인 척하는 편이 더 효과가 좋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고유한 브랜드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제 능력이 어떻든, 성격이 어떻든, 사회적 신분이 어떻든,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제 모습 때문에 오해받고 손해 보는 부분은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차별적인 상황이 존재하고, 여러분도 적어도 어떤 한 부분에 있어서는 차별로 고생 좀 하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편견과 선입견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전략적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은 브랜딩에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언제나 부정적인 영향력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긍정적일 때는 브랜드의 강점을 부각시키지만, 부정적일 때는 브랜드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치명적인 수준으로요.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들은 특정 국가에서 만든 제품이 고품질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예: 독일 자동차의 높은 브랜드 가치). 반대로 특정 브랜드가 저렴하거나 질이 낮다고 인식되면, 소비자는 편견을 가지고 그 브랜드를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특성이나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브랜드 = 고급스러움”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면, 브랜드는 이 이미지를 강화하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마케팅 캠페인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동양인은 성실하고 일머리가 좋다는 선입견이 있으니, 성실한 일잘러의 모습을 미국 회사에서 신경 써서 어필한다면 그 선입견을 강화하여 막강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게 되지요.
부정적인 선입견을 극복하려면, 기존 인식을 바꾸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합니다.
과거 맥도날드는 건강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맥도날드는 샐러드, 유기농 재료, 식품 영양 정보를 제공하며 “건강한 메뉴 옵션”을 내세우는 브랜딩 전략을 시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회사의 동양인이라면, 일벌레라 조용하고 소통이 어렵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 사람들과 자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여러 커뮤니티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활발한 모습을 강조할 수 있겠죠.
선입견을 뒤집는 마케팅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레드불(Red Bull)은 원래 부정적인 인식(맛이 이상하다, 가격이 비싸다)이 강했지만, “날개를 달다(Red Bull gives you wings)”라는 대표 슬로건을 이용한 캠페인으로 활력과 에너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브랜드를 익스트림 스포츠와 레이싱, 모험 등 고강도 활동과 연결지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게끔 하였습니다.
초기 부정적이던 인식들은 레드불의 마케팅을 통해 역으로 “강렬한 맛과 높은 가격이 바로 활력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증거”라는 식의 해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독특한 맛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에너지와 활력을 제공하는 긍정적 이미지로 전환시킨 것이지요.
부정적인 선입견을 전략적으로 역이용해 자신의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좋은 사례입니다.
“세상이 나(브랜드)를 오해하기만 하고 알아주지 않아”라는 한탄보다는,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 뒤집어볼 전략이라도 세워보는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저는 자기애가 강했던 건지 게을렀던 건지, 이렇게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데까지 필요 이상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나는 가장 나다울 때 완벽하고 멋져. 나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들은 잘못된 것이고, 내가 열심히 잘 살면 알아서 사라질 거야”라는 생각이었겠지 싶네요. “거짓된 모습을 보이기 싫어”라는 나름의 신념이었을 수도 있고요.
나는 나일 때 가장 멋지고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남들은 오해할 수 있습니다. 무시해 버리기엔, 브랜드는 누군가들과 함께여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거짓으로 포장할 이유는 없지만, 남이 나를 오해 없이 이해하는 것을 도우려는 노력 정도는 하는 배려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브랜드에 느끼는 선입견과 편견을 무시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이용해 더 나은 브랜딩 결과를 얻는 것이 지혜로운 이유입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잃을 필요도, 방향을 다시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강화하고, 극복하고, 뒤집기.
여러분(의 브랜드)도 유난히 도움이 되거나 걸림돌이 되는 남들의 선입견과 편견이 있을 텐데요, 어떻게 활용할까 오늘 한 번 고민해보는 시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S. 제목은 궁금증을 유발해 보기 위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따왔으나, 책의 내용은 전혀 적지 않아서… 낚였다고 생각하실까 봐 덧붙입니다.ㅋㅋ 브랜드가 겪는 편견과 선입견이 만들어낸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를 주축으로 한 등장인물들 간의 오해는 무려 532쪽짜리 장편 소설 한 권을 만들어냈습니다. 전략적 활용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준다는 걸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