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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인 Nov 27. 2023

내가 결혼을 한 이유

내게 결혼한 이유를 묻는다면 굉장히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가장 생각나는 것은 독립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지만 결혼이란 나의 삶을 완전히 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누구와 결혼했느냐와 그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결혼생활을 꾸려가느냐는 다른 문제로 두더라도 말이다.


내게 결혼은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큰 선택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속하게 된 나의 가정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던 형태의 공동체였다. 여러 번 사업을 실패한 아빠, 그때마다 겪은 부모님의 불화, 문제를 일으키던 사춘기의 동생들.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보는 그림 같은 가정이 아닌 우리 집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았고 왠지 억울함을 느끼며 자라왔다. 물론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반항심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내 마음대로 삶을 꾸릴 수 없다는 것이 화가 나기도 했다. 큰 결정을 할 때마다 보수적인 부모님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도 싫었다. 나는 온전하게 나의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독립을 꿈꿨다.


독립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었다. 집에서 홀로 나와 혼자 살게 되는 거주지에서의 독립, 혼자 벌어먹고 살아가는 경제력의 독립, 의지가 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마음의 독립. 처음에 나는 거주지에서의 독립을 했고 경제력의 독립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독립이 되지는 않았는데 가족이라는 형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장녀라는 이유로 나에게 전화를 하고 책임을 지우고 부담감을 주었다. 물론 나 역시 완벽하게 가족에게서 독립을 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던지 가족에게 알렸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했다.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나에게 모든 것을 포괄하여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독립이란 결혼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결혼이란 내가 선택한 형태의 가정을 이루는 것이고 내가 비로소 내 삶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아직 어렸던 나에겐 먼 이야기 같았지만 나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했다. 어쩌면 결혼으로 도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결혼을 하면 내가 삶을 결정짓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결혼과 가정을 이룬 것은 나의 선택이었지만 결혼 이후부터의 삶을 온전한 나의 선택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결국 나는 더 복잡해진 가정의 일원이 되었고 결혼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책임감은 더 막중해졌다. 이래서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는 것인가.


다시 한번 밝히지만 결혼을 누구와 했고 결혼생활이 어떤지가 이 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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