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를 흔히 아날로그적인 취미라고 말한다. 뜨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뜨개'가 조용한 공간에서 실과 바늘만을 이용하여 진행되는 고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 뜨개가 아날로그적 정취를 품고는 있으나 실과 바늘을 손에 잡고 뜨개를 시작하고, 완성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풀오버를 뜨는 과정을 살펴보자. 일단 뜨개 도안 사이트에서 내 스타일에 맞는 디자인을 골라본다. 요즘 나는 ‘손뜨개 옷’이라는 느낌이 나는 것보다는 기성복처럼 편안하고 디자인이 과하지 않은 스타일의 옷이 더 좋다. 그러나 너무 기성복 같으면 손뜨개하는 재미가 없으니 작은 디테일에서 손뜨개라는 것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의 옷을 찾아본다. 예를 들어 소매의 끝단이 돌돌 말려 올라가서 귀여운 느낌을 풍긴다던지, 옆선에 들어간 예상치 못한 우아한 무늬라던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몇 가지 추려내면, 감성을 듬뿍 담은 디자이너의 사진을 100% 믿지 않고 그 옷을 뜬 사람의 후기를 찾아본다. 체형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보이는 옷의 핏감이나 실과 바늘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하게 다른 점을 캐치해 본다.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랐으면 뜨개 친구들과의 단톡 방에 들어가서 이 작품의 링크를 올린다. "이거 어때요? 이쁘죠?"하고 이 풀오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디자인이다 싶은 확신이 들면 실을 고르기 시작한다. 처음은 늘 내가 갖고 있는 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디자인에 적합한 굵기의 실을 우르르 꺼내본다. 그리고 게이지를 내본다. 여러 개의 스와치를 보고 실에 따른 질감과 색감을 비교해 본다. 그리고 내가 가진 실 중에는 이 디자인에 걸맞은 것이 없다는 것을 한탄하며 실 판매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누비고 다닌다. 실 선택까지는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실 사용 후기와 지인들의 조언을 받아 실을 구입하고 게이지를 내어본다. 게이지가 딱 맞는 순간 이제 풀오버를 뜰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첫 코를 잡는다. 여기까지 왔으면 반은 끝난 것 같다. 그러나 열심히 뜨다 보니 바늘에 실이 자꾸 걸려서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내 손가락에 미세한 불편함도 느껴진다. 다른 바늘이 궁금해서 그런 걸까 잠시 의심하지만 그런 의심은 금방 털어낸다. 그런 의심으로 소중한 시간을 버릴 순 없다. 인터넷으로 요즘 어떤 바늘이 괜찮은가 찾아본다. 이 실에는 메탈보다는 우드 소재의 바늘이 뜨기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드 소재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요즘 많이 사용하는 진저 바늘로 고르고 바늘 사이즈를 4인치로 할지 5인치로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구입한다. 마침내 바늘까지 내 손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뜨개에 몰두한다. 잠시 정신을 차려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어 깜짝 놀란다. 그리고 진행상황의 기록을 위해 미완성인 풀오버를 사진으로 찍어둔다. 찍은 사진을 단톡 방에 올려 "저 이만큼 진행했어요."라고 알린다. 단톡 방에서는 "오, 많이 뜨셨네요.""아, 이뻐라, 완성작이 기대돼요!" "빨리 완성해서 입자,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올라온다. 그러면 내 마음에 은근한 만족감과 흥분감이 다시 솟구쳐서 손을 열심히 놀리기 시작한다. 순조롭게 완성이 되면 좋겠지만 마지막에 문제가 한두 가지 생길 때가 있다. 실이 아주 약간 부족하거나 부자재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사소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완성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대한 문제이다. 마치 우주선의 조립을 거의 다 마쳤는데 나사 하나가 부족해서 완성을 못하는 경우와도 같은 일이다. 필요한 물품의 구입이 어렵지 않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직구로 구입한 실이 내게 도착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던지, 품절이나 단종된 물품이라면 곤란하다. 그때는 단톡 방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다. "실 한볼이 부족해요. 혹시 갖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단추 한 알이 모자라요. 이 옷에 딱 어울리는 단추인데, 제게 넘겨주실 수 있나요?" 혹시 단톡 방의 멤버에게서 구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멤버 개개인의 뜨개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더 넓고 촘촘하여 나의 필요사항을 입력하면 어떻게든 처리되고 해결된다. 이 네트워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든든하다. 여러 과정을 통해 풀오버가 완성되고 세탁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 옷을 입고 착용샷을 찍어야 한다. 이른바 '감성 뜨개 풀오버' 착용샷이다. 자연광을 받아서 찍어야 가장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좋은 날씨가 되길 기다린다. 그리고 그 옷을 입고 야외로 나간다. 자연스러운 포즈는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어렵다. 얼굴을 가린 뻣뻣한 모델이 입은, 부자연스러운 사진이지만 묘하게도 뜨개옷의 특성을 극대화한 착용샷이다. 그 사진을 뜨개를 하는 과정이나 팁을 담아 sns에 올린다. 그러면 나의 뜨개 네트워크에 긴밀하게 연결된 뜨개인들이 댓글을 단다. 칭찬과 격려의 말들이 오가고 이 풀오버를 뜨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나눈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들이 이 풀오버를 다른 실과 바늘로 진행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같은 디자인임에도 너무 다른 옷이 완성되는 것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풀오버를 뜨는 과정을 쓰다 보니 뜨개 테크닉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뜨는 방법과 순서가 굉장히 복잡하고 시끄럽고 부산스러워 보인다. 또한 이 과정은 많은 자금과 정보들이 필요했던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뜨개는 테크닉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내 경우는 어느 정도까지의 실력이 되니 혼자서 고민하고 노력해도 나의 실력은 향상되지는 않았다. 뜨고 싶지만 어려웠던 기법은 한참을 고민해봐도 풀리지 않기도 했고, 기대를 하고 구입한 실이 내가 예상했던 특성을 가진 실이 아니어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온라인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뜨개 할 친구를 찾았다. 함께 뜨개를 하고 관심사를 나누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어려웠던 기법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니 의외로 쉽게 뜨는 기법이었고, 실이나 도구들을 사용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실과 도구를 보는 눈도 생기고 복잡한 무늬도 손쉽게 뜰 수 있게 됐으며 색과 무늬의 조합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어졌다. 그리고 서로 착용샷, 완성샷을 찍어주며 작품에 감성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sns로의 교류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뜨개에 대한 애정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뜨개 친구들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어느새 각자의 생활에 대한 내밀한 부분까지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 진심이 되고 깊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처럼 실과 바늘, 뜨개 할 공간 외에도 뜨개의 영역은 생각보다 더 넓은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나는 뜨개 생활의 지속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는 정보력과 뜨개인들과의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뜨개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질감과 아름다운 색감을 실에서 편물로 구현해 낼 예술적 감각, 아날로그적 감성을 드러낼 표현력, 인터넷 세상에 올라오는 실과 각종 장비, 디자인, 뜨개 세상의 여러 이야기에 대한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감각 있는 뜨개인' '진심이 담긴 뜨개인'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나는 늘 뜨개는 평생 함께할 동반자라고 이야기한다. 소심할 줄 알았던 이 친구는 꽤나 적극적이라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나눌 때 더 많은 매력을 발산해준다. 이 매력 때문에 오늘도 나의 뜨개 단톡방의 안 읽은 메시지는 300+가 되어 있다. 그 단톡 방을 열어보면 온갖 뜨개 세상의 이야기와 뜨개 친구들의 다채로운 오늘의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이다. 뜨개를 하며 그들과 공유하는 모든 것들은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