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는 실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by 김범인

나는 실을 사랑한다. 제각각 다른 색감과 촉감과 부피에 마음이 사로잡히고 그것이 바늘에 엮여 만들어지는 편물을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이 사랑은 실이 대해 많이 알게 된 지금 더 깊어진 것을 느끼는데, 이는 실을 사용하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뜨개를 시작한 초반에는 실을 고르는 기준이 눈으로 보이는 실의 느낌과 색감이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편물이 아닌 실로서의 아름다움만을 보았다. 저렴하고 화려한 색감의 실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같은 실로 옷도 뜨고 목도리도 뜨고 가방도 떴다. 그렇게 만든 옷은 갑옷처럼 묵직하고 두꺼웠고, 목도리는 둘둘 두르면 쓸만했지만 단정한 느낌의 액세서리라기보다는 추운 겨울을 대비한 전투용 소품 같았다. 그리고 가방은 물건을 넣는 무게에 비례하여 길이가 쭉쭉 늘어나서 볼품없었다. 이처럼 내 맘 같지 않은 완성품들을 보며 뜨개 완성작의 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뜨개로 만들어진 편물의 두께와 촉감, 색감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실이다. 즉, 물성은 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실의 종류를 알아보자. 실의 종류는 크게 성분별, 굵기 별, 형태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성분별로 분류를 해보면 모사, 면사, 아크릴사, 혼방사 등이 있다. 그중 모사의 경우만 세부 분류를 해보자면 캐시미어, 알파카, 모헤어, 램스울, 앙고라....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이 또한 굵기에 따라서 레이스, 핑어링, 스폿, DK, 아란, 청키 등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다. 자, 그럼 이것을 또 색깔별로 나눌 수 있다. 실의 종류를 얼마나 많은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뜨개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뜨개 작품에 딱 맞는 실을 선택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뜨개에 대해 잘 모른다면 왜 이렇게 여러 종류의 뜨개실에 대해 알아야 하고 종류별로 구분하여 사용해야 하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나의 가족에게 떠주는 풀오버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나의 경우는 어떤 성분, 어떤 굵기의 실을 사용하더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아들은 유난히 니트가 살에 닿는 감촉에 예민하다. 아들에게 알파카가 들어간 모 섬유로 풀오버를 떠주었다. 아들은 입어보고는 “너무 따가워요. 안 입을래요.”라고 풀오버를 벗어던졌다. 면사로 만든 풀오버를 떠주니 “팔꿈치가 자꾸 배겨요. 안 입을래요.” 하고 또 한 번 벗어던졌다. 아크릴사로 떠주니 “정전기가 자꾸 나요. 안 입을래요.”하고 벗어던졌다. 울과 아크릴 혼방사이고 얇은 실로 뜬 풀오버는 “이건 좀 입을만하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렇듯 체질에 따라서 편안함을 느끼는 실의 종류가 다르다. 나의 아들처럼 까다로운 체질의 아이는 털 날림이 없고 부드러운 실을 신중히 선택해서 써야 한다.

남편의 예를 들어보자면 몸이 촥 감기는 핏을 좋아하기 때문에 실의 굵기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아란 정도의 도톰한 굵기의 실로 뜬 풀오버는 ‘너무 두툼해서 덥고 겉옷을 입기에 불편하다.”며 벗어던졌다. 얇고 가벼운 옷을 원하여 핑어링 굵기의 실을 선택해서 뜬 풀오버는 “너무 가볍고 헐렐레하여 불편하다.”며 벗어던졌다. 아란과 핑어링의 중간 사이즈인 DK 굵기의 실을, 약간 작은 바늘을 사용하여 단단한 편물이 나오게끔 떠 주자 그제야 “이 옷은 입을만하네.”라는 말을 들었다. 이처럼 비교적 얇고 탄탄한 조직의 편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DK 굵기에 꼬임이 적당히 들어간 모성분의 실로 떠준 옷을 좋아한다. 체형에 어울리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의 굵기를 선택하는 데에도 많은 고민이 들어간다.

딸의 경우는 실의 성분과 굵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실 선택의 폭이 넓지만 무조건 이뻐야 한다. 내게 이쁜 차콜이나 브라운색으로 뜨려고 하면 “흙색이야! 똥색이야!”라며 시작도 전에 가차 없이 자른다. 실의 색깔이 자신의 취향과 꼭 맞는 비비드 한 색이어야 하고 광택이 있거나 그러데이션이 있는 실이라면 더더욱 좋다.

우리 집 구성원들의 풀오버 하나를 뜰 때도 실의 선택에 이렇게 많은 고민이 들어가는데 다른 것들을 뜨기 위한 실의 선택에는 얼마나 많은 연구가 필요할까. 모자와 숄, 목도리의 경우는 기능성과 색감을 고려해야 하고, 가방이나 생활소품들의 경우는 실용성과 기능성에 부합하는 실을 골라야 한다. 알면 알수록 그 선택의 폭은 한없이 넓어져서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선택으로 인해 확연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실의 세계는 어려울지라도 재미있다.


내가 뜨려는 작품에 어울릴 실의 성분과 굵기와 색을 선택하는 것은 실에 대한 경험을 통해 감각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뜨개 하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구매하는 실도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실을 사용하며 마음에 드는 그마다의 특성을 머릿속에 저장한다. 그리고 품절이나 단종될 것에 대비하여 구매한 실을 나의 실 창고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저장된 실 창고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다음 뜨개 할 아이템을 구상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실을 조합하여 나만의 색감이나 질감, 무늬를 디자인해보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실을 사재기 하는 나의 욕망에 대한 변명 같지만 뜨개라는 취미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실을 만지고 떠보고 연구하는 자세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소장실이 많아지는 것은 불가항력일 것이다.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실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실 콜렉터가 되지 않도록 자기 검열은 필요하다. 나 역시 고백한다. 이토록 실을 사랑하는 뜨개인이지만 아름다운 색감과 질감의 실이 쏟아지는 이 현실에 내 손은 겨우 두 개뿐이라서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쌓이는 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실을 연구하고 쌓아두지 않고 꼭 사용해야 한다. 아, 잠을 더 줄여야 하나......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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