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드디어 떡볶이의 맛을 알아버렸다. 내가 누구에게도 양보하기 어려운 음식 중에 하나가 떡볶이인데 내 아이에게까지 그게 해당될지는 몰랐다. 처음에는 떡과 어묵을 아이의 접시에 덜어주며 잘 먹는 아이를 보고 흐뭇하다가도 그릇에 담긴 떡볶이가 얼마 남지 않는 시점부터는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나를 닮아 떡볶이는 무한정 입 속으로 들어가나 보다. 분명 더 맵게 만들었는데도 땀을 흘리며 쉬지 않고 먹는다.
떡볶이는 나의 소울푸드다. 어린 시절에는 하굣길 포장마차에서 사 먹는 달콤하고 빨간 떡볶이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좁은 포장마차에 친구와 나란히 서서 먹는 떡볶이는 매콤 짭짤하면서도 단맛이 유난히 강했는데 그 달콤함이 우리의 텐션을 더 끌어올려주는 것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가끔은 순대를 추가 주문하여 떡볶이 국물에 푹 찍어 먹기도 하고 호떡과 함께 먹으며 단짠단짠의 궁합에 환호하기도 했다.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들과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다녔다. 많지 않은 나의 용돈으로, 그야말로 요리를 사 먹는다는 기분으로 누리는 사치였다. 즉석떡볶이는 우리에게는 여러 재료를 넣고 끓이면서 즐기는 전골요리였는데 그 당시 자주 먹던 패스트푸드 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는 고급 요리로 느껴졌다. 사리 선택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종종 달라졌지만 쫄면, 당면 사리는 필수였다. 탄수화물 추가는 한참 크는 나이의 우리에게 자양분이 되는 것이므로. 우리는 즉석떡볶이집에서 냄비를 사이에 두고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할 말이 많은 우리에게 눈 앞에 끓고 있는 그 많던 떡볶이가 모두 사라지고 밥도 볶아 먹은 뒤 냄비에 눌어붙은 밥을 긁으면서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선 주종에 가리지 않고 어우러지는 떡볶이의 화합력에 반해 술집에서 떡볶이 안주가 있다면 일순위로 시키곤 한다. 떡볶이 국물의 매콤 달콤한 맛은 여운이 길어서 알코올은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찰떡 음료였다. 그러므로 떡볶이는 입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 날 처음 맛보는 떡볶이 같았고, 어쩔 수 없이 알코올은 무한 리필되곤 한다.
이런 나의 떡볶이 사랑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것은 어린 두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와 함께 음식을 먹어야 하니 매운 음식을 자제하게 되었고 매운 떡볶이는 당연히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떡볶이는 어떻게 해 먹어도 맛있다는 나의 믿음이 있어도 간장 떡볶이, 짜장 떡볶이, 카레 떡볶이를 자주 먹다 보니 해소되지 않는 큰 욕망이 있었다. 호되게 매운맛을 보고 싶다는! 그래서 나 혼자 먹겠다는 일념으로 어느 날부터인가는 맵게, 아주 맵게 떡볶이를 만들었다. 가끔은 탄산음료와, 가끔은 맥주와 함께 하며 만족감을 느꼈다. 나의 몸을 채워주는 든든한 탄수화물의 유쾌함과 그 날의 기분과 상관없이 모든 것을 정화해주는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매콤함, 빨강의 공포를 상쇄하는 설탕의 달콤함, 떡볶이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해주는 마늘과 파의 진득함이 어우러진 떡볶이야말로 이 세상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은 천상의 음식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아도 빈틈없이 채워진 공간 속의 떡볶이와 나.
그런데 언제부터 떡볶이가 놓인 식탁에 아이들 접시와 포크가 놓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내가 원해서는 아니고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본능에 따른 아이들의 의지였을 거다. 아직 어린 딸은 물에 씻어 먹으면서도 열심히 먹고 있고 아들은 자신도 매운 걸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국물을 푹푹 찍어 입안에 넣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드디어 떡볶이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함께 먹는 음식이 언제나 더 맛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먹는 떡볶이도 살짝 덜 매운 빨간 떡볶이로 만들고 매운맛의 중화를 위해 치즈를 첨가해주었다. 함께 식탁에 앉아 나누어 먹는 떡볶이는 얼마나 맛있는지!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과 나는 떡볶이 안에 남아있는 면과 떡을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 더 먹겠다며 젓가락을 들이밀다가 결국에는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열 살, 여덟 살 아이들과 먹을 것을 두고 말싸움을 하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지고 싶지 않다. 이 음식은 내 최애 음식이니까, 내가 지켜야 하니까, 유치해도 어쩔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무는 일 년여간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해먹은 음식은 단연 떡볶이다. 국물떡볶이, 라볶이, 치즈떡볶이 등 들어가는 재료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이틀에 한 번꼴로 해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는 메뉴였다. 그리고 점점 내 입맛에 맞는 맵기의 강도로 맞추어 가고 있다. 식당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맵기의 정도를 맞추어야 앞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를 사 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평화롭게 떡볶이를 먹기 위해서도 자꾸만 고춧가루의 양을 늘리고 있다. 매울수록 내 접시에 담기는 떡볶이의 양이 많아질 것이다. 아들이 나날이 매운맛의 허용 정도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아직은 나를 넘어서지 못한다. 후훗. 이렇게 매운 떡볶이로 인해 평화롭게 이 시기를 지나가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아이들과 엽떡을 함께 즐길 날도 올지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아본다. 나로 인해 아이들은 매운맛이 단련되어 있을 테니까. 그 날을 위해 오늘의 떡볶이는 어제보다 매운 떡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