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센터에 가면 가치 있던 물건들도 주인을 덩그러니 기다리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매정한 주인은 새로운 물건들로 그 자리를 채우고 존재를 잊어갔는지 매정할 다름이다.
가치가 변해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서류도 분실물처럼 찾아올 사람을 기다릴 때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폐기 날짜가 다가오면 절차에 따라 폐기를 진행한다.
신청서만 순서대로 정리된 서류 사이사이로 발급 요청은 하고 찾아가지 않아 보관 중이던 서류도 간간이 보인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필요에 의해 요청한 서류를 찾아주기 위해 신청서에 남겨둔 연락처로 몇 차례 연락과 문자를 보내도 홀연히 사라지고 주인 잃은 발급서류는 신청서와 함께 문서함에 잠든다.
어차피 발급 후 발행일로부터 증빙 효력기간에 도달할 경우 인정되지 않기에 폐기해도 되지만 찾아가 주길 바라며 남겨두었다가 결국 문서함으로 보낸다.
전산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일 년에 200건 이상은 발급하기에 신청서만 해도 제법 두툼하다.
업무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서류와 함께 묶여있다.
한해 서류를 정비하고 나면 다시 발급번호는 001번으로 갱신되어버리지만 한해의 업무내용을 보며 뒤돌아보는 시간이 생긴다.
"어느덧 몇 주만 지나면 또 한 해가 저무네요."
서류 정비를 같이하던 직원이 잠시 허리를 펴 이야기를 건넸다.
"새로운 한 해가 오는 것이겠죠? 발급번호가 001로 갱신되는 것처럼 내년 다짐을 새로 해봐야겠어요."
민원서류를 정비하며 새해에 대한 마음 표현에 쓴웃음이 났다.
새해 다짐을 민원신청서에 비유하다니...
"멋지네요. 저는 끈기가 없어서 늘 버려만 놓고 마무리를 잘 못하는데, 서류 사이사이 버려진 서류를 보니 저도 올해 정리를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새로운 1을 맞이해볼까 봐요."
자신의 상황이 맞아떨어진다며 진리를 깨달은 듯할 일을 정리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도와준다고 하더니 진리의 탐독에 하필 이 순간 빠질 것은 뭐람.
짬을 내어 지원하러 온 직원이 떠나고 일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 나도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지원 나와서 벌려놓은 이 일부터 정리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