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 전, 나는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시대의 카페라 함은 지금의 카페와 사뭇 다르다.
커피를 판매하는 다방이라 불리는 곳보단 나이층이 젊은이들이 찾던 공간이었다.
인기품은 연인들이 찾는 파르페였고, 테이블에 준비된 일회용 설탕, 프림 봉투를 이용해서 기호에 맞춰 마시던 블랙커피가 주종목이었다.
카페 중앙에는 커다란 어항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팔뚝만 한 비단잉어가 유유히 헤어 치는 어항과 가까운 테이블은 늘 만석이었다.
자리가 비는 데로 앞다투어 옮겨 앉는 자리기도 했다.
어항 근처 자리엔 특별히 띠별 운세 재떨이도 설치되어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재떨이 둘레를 따라 열두 띠가 그려있는 동전 투입구에 넣고 회전 버튼을 돌리면 손톱만 한 구슬이 재떨이 바닥에서 굴러 나왔다.
누가 그런데에 돈을 쓰나 싶었지만 의외로 재떨이 운세 통에 모아지는 잔돈은 매일 비워내야 할 정도로 많았다.
포춘쿠기처럼 손톱만 한 플라스틱 구슬을 반으로 쪼개면 그날의 운세가 적혀있었다.
나는 운세 용지의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운세가 적힌 종이를 돌돌 말아 구슬 안에 넣고 재떨이 운세 통에 채우는 것도 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종이에 적힌 내용 중 듣고 마음이 불안할 것 같은 것은 몰래 휴지통에 구겨 버렸다.
하루가 기분 좋아질 내용과 희망찬 내용만 골라 나름의 규칙대로 구슬에 담아 넣었다.
100원짜리 하나로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구슬 색만 보아도 미리 알았기에 구슬이 나올 때 두근거려하는 그들보다 먼저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운세를 미리 알듯이 신청인보다 먼저 알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검정고시 합격증명서이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직접 발급으로 많이 변했지만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땐 검정고시 기간이 되면 민원인들이 당락을 모른 채 발급 요청을 하곤 했다.
합격증명서를 발급받으러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미리 준비해 둔 오늘의 운세가 기억났다.
기쁜 소식을 알고 있지만 다른 민원 대기자 중에 탈락자가 있을 수 있으니 표정관리를 하며 출력했다.
기다리는 표정에서 붙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이 읽혔다.
다른 민원 대기자 중에 혹시나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지 모르기에 감정을 섞지 않으며 서류를 전달해주었다.
받아 든 손에서 좋은 글귀 가득한 운세를 읽듯 여러 차례 읽으며 신청인의 눈가가 반달로 접혔다.
미리 알고 있는 기분 좋은 운세를 먼저 알고 기쁨을 전달해주던 때가 생각났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컴퓨터에 운세 용지 중에 좋은 글귀만 돌돌 말아서 넣어 좋은 일들만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