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조리사] 제8장 닭찜
"으아악~~ 이게 뭐예요?"
타의에 의해 반장으로 뽑힌 분이 개인 바트 위에 생닭을 한 마리씩 담아 조리대 위로 옮겼다.
생닭이다.
시장에 파는 연분홍 살을 드러낸 채 내장을 비워내고 엎어져있는 그 닭이다.
분명 오늘의 주제는 닭찜이라 했지만 생닭을 마주하니 나의 이성이 나를 포기하고 소리를 지르려 했다.
내가 아는 닭찜의 닭이란 절단이 되어 부위만 알 수 있는 조각들이었는데...
"닭찜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닭을 부위별로 뼛조각이 나오지 않게 절단을 하셔야 합니다. 자. 이렇게 손질하시면 됩니다. 칼을 잘 못 내리쳐서 자신의 손가락이 절단되면 안 되니 유의하며 작업하세요."
냉혈 강사의 웃음기 없는 말에 모두 닭도 칼도 만지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자 강사는 닭찜 요리 순서를 다시 한번 설명을 해주곤 얼이 빠진 실습생들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시~~~ 작!!"
파블로프의 개처럼 강사의 소리에 모두 칼을 집어 들었다.
실습생들의 도마를 내리치는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징그럽기만 하던 생닭이 점점 요리로 변해가자 수다스럽던 실습실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어휴 징그러. 어렸을 때 청개구리 해부하던 수업시간이 생각나네."
"맞아. 그때 동네에서 조별로 개구리를 직접 잡아오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숭고하게 죽어간 개구리의 내장 중에 기억나는 게 제대로 없는 게 안타깝네."
별이 엄마와 나의 소곤거림에 닭찜을 완성해 제출하고 오던 실습생이 한마디 더했다.
"이 닭요리도 검사받고 바로 버린대요. 맛있게 먹어주지도 못하고 숭고하게 죽은 닭에게도 참 미안한 일이네요."
"닭을 위해서도 꼭 시험에 한 번에 붙어야겠어요."
마지막 실습생까지 강사 앞에 요리를 제출하자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휴. 다행이지 뭐야? 생닭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고비였어. 고비."
"나 아직도 손 떨리는 거 보이지? 이런 재료도 주는구나 하고 어찌나 놀랐는지 몰라."
뒷정리를 하고 떠나는 강사가 도란도란 떠들어대는 우리를 보고 어두운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를 하고 떠나갔다.
"이제 시작이에요. 오징어도 생선도 곧 생물로 만나실 거예요. 손질해있는 것이란 없답니다."
강사의 위로인지 놀림인지 모를 애매한 말에 별이 엄마와 토끼눈에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서 있었다.
마트에서 깔끔하게 손질되어있던 식재료만 마주하던 나의 평범한 삶에서 죄책감이 느껴지는 생물 상태의 식재료를 만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