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한 기도

[한식조리사] 제10장 국수장국

by stamping ink

오늘은 날씨 탓에 실습생이 반이나 수업에 안 나왔다.

수업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하는 실습생의 수가 줄었고 결석생도 간혹 나타나기 시작했다.

빠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자리는 영영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 내리는 쌀쌀한 날씨와 어울리게 오늘의 실습 요리는 국수장국이었다.

잔치국수라고 부르기도 하는 요리의 과정은 면을 삶고 고명을 올리는 일련의 순서로 실습으로 진행했다.

시각적인 효과도 중요하기에 예쁘게 사리를 틀어 가지런히 고명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면이 손가락 사이로 이리저리 도망 다녀서 동그란 실타래 모양은 어림도 없었다.

"한때 여동생이랑 싸울 때 잡던 머리채처럼 거머쥐세요."

강사의 현실감 넘치는 설명에 실습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실습시간이 중반부에 들어설 무렵 실습실 문이 열렸다.

지각생치고는 너무 늦은 등장에 누가 다시 등장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국수장국에 몰입된 상태였다.

고명을 다 올리고 접시에 담아 강사 테이블로 점검을 받으러 나가는 순간 옆에 서 있는 인기척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버렸다.

국수는 보기 좋게 바닥을 나뒹굴었고 놀란 이도 놀라게 한 이도 정신을 차리고 사과를 했다.

"옆에 계신 줄 몰랐어요. 아. 죄송해요."

"제가 늦게 도착해서 실습하긴 시간이 모자라 옆에서 구경만 한다는 것이.. 죄송합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강원도 사투리의 음색을 감추려 하는 것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바닥에 엎드려 국수를 치우며 그녀와 친분이 쌓였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 낯선 모습에 몇 주 후 친분이 쌓일 즈음 눈썰미가 좋은 별이 엄마가 그녀에게 물었다.

"숙이 씨. 첫날엔 본 거 같은데 한동안 못보다 얼마 전부터 나온 거지요?"

"아.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처음에 간단히 자기소개했을 때 기억이 나서요. 참 부끄러워했던 거 같아서."

친분이 조금 쌓인 상태에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말을 했다.

"저는 새터민이에요. 탈북자라고도 하고요. 요리를 배워서 여기 사회에 살아가 보려고 지원을 받아 다니고 있어요."

그녀의 까만 주근깨가 멋쩍은 웃음에 같이 접혀 붉어졌다.


더 이상 그녀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다.

모두 그녀가 스스로 마음을 터놓길 기다렸고 그녀는 아직 딸이 내려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쪽으로 돈을 붙여 보낼 수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아이가 필요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북에 두고 온 딸아이 나이가 별이의 나이와 나의 딸아이 나이와 비슷했다.

작아져 아까워진 옷가지와 선물 받고 쓰지 않던 장난감, 아껴두었던 아이 물건을 그녀에게 전했다.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내민 손이 부끄러웠지만 그녀는 미안할 정도로 크게 좋아했다.


다음날 그녀는 학원에 양해를 구하고 우리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하얀 국수장국을 끓여주었다.

슈퍼에 파는 일반 소면으로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국수였다.

"딸이 국수를 좋아해요. 오늘이 생일인데 국수라도 끓여 먹였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우리에게 대접하듯 국수를 내어내곤 정작 본인은 입에 대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와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녀가 더 이상 학원에 나오지 않았다.

강사의 말로는 좋은 직장이 생겨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만 전해주었다.


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아이 생각에 눈물 글썽이던 눈동자가 기억난다.


이제는 성인인이 되었을 딸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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