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한식조리사] 제15장 시험장(1)

by stamping ink

시험 실기 준비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실기시험이 코앞에 닥치니 실감나기 시작했다.

31종의 실기 메뉴를 숙달했다고 하지만 시험일에 출제문제에 따라 합격률이 달라지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습을 하며 시험대비를 위해 개인적으로 준비물이 하나씩 늘어갔다.

시험장에 비치되어있는 조리도구 외에 규격에 맞는다면 개인적으로 가져온 도구가 허용되었다.

낡고 손에 익지 않은 도구 대신 자신의 도구를 챙겨가는 것이 합격을 시켜줄 것 같았다.


무뎌있을지 모를 시험장용 칼, 가위

시험장에서 얼마나 두드렸는지 알 수 없는 패인 도마

무게나 크기를 알 수 없는 냄비

코팅이 벗겨져 뭐든 달라붙게 만들 것 같은 석쇠, 프라이팬

아무리 갈아도 무뎌진 강판

수량이나 크기를 알 수 없는 행주


들어가 본 적 없는 시험장이지만 긴장된 마음에 익숙지 않은 도구로 실수를 하지 않을까 노파심이 생겼다.

그래서...

결국 다 샀다.


한 번에 구매한 것은 아니지만 실습으로 출제용 요리를 만들어낼 때마다 실습생들이 하나씩 구비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대형 가방 한 가득이다.

내 손에 익혀 나와 함께한 도구들이 나를 합격시켜 줄 것이라 믿고 싶었다.


시험장에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

별이 엄마와 나의 시험시간은 다행히도 같은 시간이었다.

늦어 급히 뛰어들어가기보단 여유 있게 도착을 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원 동기들이 몇몇 눈에 보이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같은 시간대의 수험자들 중에 아는 이들끼리 모여 아직 열려있지 않은 수험장 밖을 배회했다.


긴장되는 상황인데 용달차를 개조해 만든 토스트 차량의 고소한 기름 냄새에 홀려 어느새 주문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능숙하게 철판 위에 토스트를 구우며 한편에 야채와 계란을 풀어 토스트를 완성해 건넸다.

인심이 어찌나 좋은지 음료는 무료였다.

콜라 한 캔을 따 느끼함을 누르며 토스트를 먹어치웠다.

시험장에 처음 온 우리보다 매일 이곳에 와서 토스트를 파는 사장님이 더 터줏대감이었다.


"한식 시험 보러 오셨나 보네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짐이 한가득이잖아요."

우리는 각자 메고 온 커다란 쇼핑백을 보았다.

조리도구가 보이지는 않지만 한가득 담겨 보부상이 따로 없었다.

"조리사 시험 보러 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셔요?"

"가방을 보면 알지요. 조리사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은 준비물을 제법 챙겨 오시거든요."

토스트를 다 먹을 때까지 사장님은 족집게 강의를 해주었다.


이런 계절엔 이런 문제가 잘 나오고, 근래 안 나온 문제를 짚어주기도 했다.

"시험은 모두 떨리지요. 아마 학원 강사도 운이 좋지 않으면 떨어지기도 하는 게 조리사 시험이더라고요. 하지만 제 토스트를 먹고 들어가시니 배가 든든해서 떨지 않고 꼭 붙으실 겁니다. 하하하."

남은 토스트를 넘기며 사장님의 농담이 현실이 되길, 어쩌면 사장님의 말이 이뤄지길 빌고 싶기도 했다.


후일담으로 놀라운 사실은 사장님이 찍어준 문제가 정말 나왔다는 것이다.

우연 같지만 토스트를 함께 먹었던 동기들... 모두 붙었다.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지만 당시에는 뭐든 매달리고 싶은 상황이었다.

수험생의 마음을 같이 응원해준 토스트를 굽는 합격의 신께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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