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조리사] 제14장 생선전
실습 재료를 개인 테이블로 옮겨다 주는 반장이 빠지는 날이 많아지더니 더는 출석을 하지 않았다.
강사는 마땅히 재료를 다른 실습생에게 배부하는 일을 부탁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자신의 테이블에 실습생 수에 맞추어 실습할 재료를 담아둔 접시를 놓아두었다.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자신이 가지고 가고 싶은 재료를 선택하게 했다.
옆자리와 재료를 비교하며 투덜이들도 잠재울 수 있었고, 느림보 지각생도 줄어드니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실습생들은 실습복을 입기도 전에 먼저 강사의 테이블부터 훑기 시작했다.
그날의 재료를 보고 실습할 내용을 맞추며 제일 실한 재료를 골라내야 했다.
완성품을 제출하는 평가시간엔 최고점과 최저점을 선정하는데 최저점을 맞으면 뒷정리를 했기에 모두 꼴찌는 피하고 싶어 했다.
접시 위엔 동태 반마리와 계란, 밀가루가 담겨있었다.
접시 위에서 맞이하고 있는 동태 반마리를 징그러워하거나 어쩔 줄 몰라하는 초보 실습생은 없었다.
일찍 도착한 이들이 녹지 않고 살이 많아 보이는 생선접시를 이미 챙겨간 터라 나란히 놓여있는 접시가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남은 것 중에 제일 살이 많아 보이는 것을 골라 자기 자리에 돌아가며 남은 접시에 대해 수군거렸다.
"봤어? 제일 끝 접시? 뼈만 굵고 살이 없더라."
"오늘 생선전 같던데 제일 끝으로 오는 사람은 뒷정리 담당이 되겠네."
"붙어 있는 살로 생선전 2장이나 나오면 다행이겠더라."
"강사가 불량재료라고 바꿔주려나?"
"아닐 거예요. 실기시험 때도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지난번에 저도 두부가 쪼개졌는데 극복하는 것도 훈련이라며 그냥 했잖아요."
"아. 맞다. 그래서 울었지?"
"어머. 언니. 아니에요. 안 울었다고요."
마지막 접시가 누구 것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수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남은 접시는 3개였다.
비실한 동태의 주인은 누가 될까?
결석생이 있어서 주인이 안 생길지, 급히 들고 가느라 후회할 실습생이 생길지 입구만 바라보았다.
"끼익"
문이 열리고 이십 대 그룹 세명이 한 번에 들어왔다.
아마도 수업시간 전에 그들끼리 모임을 하고 조금 늦은 모양새였다.
셋은 테이블 앞에 나란히 서서 접시를 바라보았다. 난감해 보이는 얼굴이 앉아있는 실습생들 눈에 보였다.
"이거 내가 가져갈게."
셋 중에 나이가 제일 많은, 그래 봤자 한두 살 차이 나겠지만... 그녀가 먼저 접시를 들었다.
"언니, 그거 생선이 이상해요."
"괜찮아. 오늘 내가 차 마시고 가자고 먼저 말해서 늦은 거잖아. 이거 내가 골라갈게."
쿨내 진동하며 그녀가 마지막 접시를 들고 자리로 돌아갔고 그나마 온전한 접시를 남은 이들이 챙겨 자리로 돌아갔다.
실습 연습이 시작되고 각자 자신의 것을 만드느라 혼을 뺀 후 제출의 시간이 다가왔다.
손이 빠른 이들이 먼저 제출을 하고 뒤로 가서 앉아 있어야 하는 순서인데 마지막 접시의 그녀가 제일 먼저 강사의 테이블 위에 완성품을 놓았다.
심리전인가?
일순간 그녀의 제출 모습을 구경하다가 자신의 것을 부랴부랴 만들어 제출하러 가며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포기? 혹은 반항?
하지만 접시를 내어 놓으며 그 초라한 동태가 반듯한 네 쪽의 생선전이 된 것에 모두 놀라 입을 쩍 벌리며 뒷자리로 갔다.
강사는 평가 시간을 통해 모두 납득할 완성품을 낸 그녀의 접시를 들어 칭찬일색이었다.
"정갈하게 네 쪽으로 분리해서 보기 좋게 마무리했네요. 오늘 제일 잘한 작품은 이 작품으로 선정해야겠어요."
이후로도 평가 최하점을 분석해보니 제법 좋은 재료를 가져간 이들 사이에서 나왔다.
생각보다 최악의 재료를 들고 간 이들의 성적은 최하점이 되지 않았더랬다.
테이블 위의 마지막 접시를 훑어보던 그때, 이미 위기를 맞이하고 극복의 의지가 타오를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야말로 거북이의 승리를 믿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