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제빵 자격증] 2. 소금과 설탕
몇 년 전,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다녔던 학원에는 부속기관들이 많았다.
그중 제과제빵학원도 겸하여 한식조리학원 위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학원 선택의 어려움은 없었다.
실습과정을 등록하고 첫 실습 날이 다가왔다.
한식조리사 시험을 치른 경험치가 있었기에 실습의 두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스텐레이스 상판에 가스레인지와 개수대가 자리 잡았던 한식 실습실과는 달리 넓은 스탠 레이스 상판만 있는 실습대만 수강생에 맞추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한쪽 벽면엔 커다란 반죽기계와 대형 오븐이 위협하듯 서 있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작은 기계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의 크기에 위축되었다.
한식조리사와 다른 점이라면 실습생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이지만 빵이 좋아서 배우러 온 동생 같은 아이들과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삼은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밝고 건강한 에너지들이 넘치는 실습실엔 처음 보는 사람끼리 쉽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크고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강사가 칠판 앞으로 걸어왔다.
동그란 눈동자에 동그란 코, 동그란 얼굴을 가진 동그랗고 귀여운 동그리 강사였다.
강사는 간단히 자신의 이름과 실습생 이름을 호명하고 주의사항을 이야기하였다.
"보시다시피 기계가 많습니다. 반죽기의 웍도 상당히 무겁습니다. 잘못 들다가 떨어트리면 발등뼈가 으스러지거나 허리를 크게 다치기도 합니다.
오븐 열기도 강하여 빵을 구우려다가 팔을 구울 수도 있습니다.
팬을 옮기는 선반을 천천히 밀며 움직이지 않으면 넘어져서 팬과 빵에 깔려 빵이 싫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며 실습하시기 바랍니다."
동그리 강사의 달콤 살벌한 주의사항에 낮게 떠들던 어린 학생들도 침을 꼴깍 삼켰다.
카리스마 넘치게 기선제압을 완벽하게 해낸 동그리 강사의 첫 수업은 그렇게 마무리되어갔다.
"내일부터 바로 실습 들어갈 겁니다. 교재 보시고 내일 수업에 다치지 않고 즐겁게 실습해봅시다.
오늘 수업에 질문 있으신 분?"
곱상하고 단정한 외모에 남자 수강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강사는 그에게 질문을 해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실습하고 난 빵과 과자는 싸 가도 됩니까?"
"남은 빵은 개인 선택입니다. 학원과 연계된 사회단체로 보내도 되고 직접 가져가셔도 됩니다."
"아싸. 그럼 제가 만든 건 다 가져가도 되는 거죠? 사회단체에서 먹는지 버리는지 모를 바엔 가져가야겠네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하하하."
짠내 나는 농담을 하는 그의 태도에 실습생들이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동그란 반달눈썹의 동그리 강사만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네. 남의 것도 챙겨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생각 없는 분들은 네 것 내 것 없이 다 가져가시기도 하거든요."
누가 에어컨을 틀었나.. 찬바람이 실습실을 휘몰아쳐갔다.
무례한 장난을 건 그의 붉어진 얼굴과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동그리 강사의 반달 눈꼬리에 지켜보는 이들만 심장이 오그라들어갔다.
"제가 강사님께 결례를 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순간 그는 90도로 허리를 접어 강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사 역시 90도로 허리를 접어 그에게 인사를 하곤 강의실을 떠났다.
후일담이지만, 무례남과 동그리 강사는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 맞인사를 할 때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고 축하해주러 간 동기들이 입을 모았다.
"처음 만날 때 깍듯이 인사를 하더니, 이렇게 되려던 건가?"
"신랑이 그날 첫눈에 강사가 맘에 들어서 묘책을 낸 게 버릇없이 말하기였대."
"어머? 왜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했대?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데."
"자기 이상형이랑 일치하는데 그런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대처하는 것도 궁금했다나? 그걸 받아준 신부도 그렇고. 대단한 커플이야."
소금 같은 그와 설탕 같은 그녀가 합쳐 더 달콤한 날들이 계속되길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