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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Jan 11. 2022

옵션의 끝판왕, 순정

2. 부릉부릉, 돌고 돌아

자가용이 생기니 흰색 애마를 위해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나의 애마, 구르미는 누구보다 예쁘고 귀여워야 했다.

인터넷을 뒤져 실내 꾸미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구르미의 내부는 점점 핑크화 되어갔고 사제 옵션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경차이기에 안전을 위한 옵션을 선택해 구매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기본 출고 전 후방카메라, 차선이탈 방지, 풀 에어백 등 설치했으나 추후 자동 시동시스템이나 트렁크 열리는 기능 등을 사설업체를 이용하여 설치를 했다.


한 달이 될 즈음 사설로 장착한 시스템들에 무리가 생겨났다.

오류의 발생은 서투른 조작으로 설치 후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니 탈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편리할 것 같던 옵션도 이용하는 횟수도 많진 않았다.

결국 문제가 되는 옵션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안전에 관한 옵션 외에는 모두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게 다시 바꾸었다.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기능들이 없이 운전을 해도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다.


그 외에도

크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해 달아 두었지만 주차칸에서 방해되던 문콕 방지 패드

뒷유리에 귀엽게 붙여두었던 스티커였지만 후방 유리를 보며 운전하기에 불편했던 후방 스티커

좋은 향기만 가득하라고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았지만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주는 방향제

안전벨트 커버는 어깨가 닿는 부분이 덜 아플 거라 달았지만 차문을 닫을 때 걸리적거렸다.

핸들커버도 손이 작은 나에겐 핸들 조향에 방해가 되었다.

 

하나씩 제거하다 보니 나의 구루미는 처음 만났을 때의 청초롬 한 구르미가 되었다.

한결 가벼워진 채로 달리니 운전이 한결 편안해졌다.

옵션의 완성은 순정이라 했던가.

순정의 심플함이 주는 기분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나에게 맞다는 걸 한참을 돌아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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