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의 끝판왕, 순정

2. 부릉부릉, 돌고 돌아

by stamping ink

자가용이 생기니 흰색 애마를 위해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구르미'라 이름 붙인 나의 애마는 누구보다 예쁘고 귀여워야 했다.

인터넷을 뒤져 실내 꾸미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구르미의 내부는 점점 핑크화 되어갔고 사제 옵션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경차이기에 안전을 위한 옵션을 선택해 구매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기본 출고 전 후방카메라, 차선이탈 방지, 풀 에어백 등 설치했으나 욕심나는 다른 기능들은 사설업체를 이용하여 설치를 했다.


한 달이 될 즈음 사설로 장착한 시스템들에 무리가 생겨났다.

오류의 발생은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사용한 나의 잘못이었다.

고칠 생각보다는 편리할 것 같던 옵션을 이용하는 횟수는 많진 않았다.

결국 문제가 되는 옵션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안전에 관한 옵션 외에는 모두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게 다시 바꾸었다.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기능들이 없이 운전을 해도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다.


그 외에도

크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해 달아 두었지만 주차칸에서 방해되던 문콕 방지 패드

뒷유리에 귀엽게 붙여두었던 스티커였지만 후방 유리를 보며 운전하기에 불편했던 후방 스티커

좋은 향기만 가득하라고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았지만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주는 방향제

차문을 닫을 때마다 걸리적거리던 캐릭터 안전벨트 커버

손이 작은 나에겐 핸들 조향을 방해하던 핸들커버

승차할 때마다 위치를 조정하고 타야 했던 목쿠션

사이드 브레이크 위치를 찾기 힘들게 만들던 티슈상자커버


하나씩 제거하다 보니 나의 구르미는 처음 만났을 때의 청초롬 한 구르미가 되었다.

한결 가벼워진 채로 달리니 운전이 편안해졌다.


순정의 심플함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추구하는 나에게 맞다는 걸 한참을 돌아서 알게 되었다.

옵션의 완성은 순정이라 했던가. 진리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도 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