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3. 사고란 언제 어디서나.

by stamping ink

처음이란 단어의 떨림이 있다.

준비되어있지 않은 처음이란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며 처음 겪는 경험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처음 겪어보는 대비 없는 경험의 아찔함은 누구나 존재할 것이다.


운전을 시작하고 나의 첫 접촉사고는 강렬했었다.

경미한 접촉 사고였지만 상대방의 진실과 허구 사이의 대응전략인 드러눕기 전법에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승자 없는 불쾌한 기억만 남은 쓰디쓴 경험을 다신 하고 싶진 않았다.


첫 사고의 경험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하여 조심히 운전을 했다.

하지만 나의 애마 '구르미'에겐 경험시키고 싶지 않던 사고의 첫 경험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문제의 그날은 휴일 조기축구를 하는 운동장 주차장 근처 주차를 하며 벌어졌다.

무료 개방 주차장이었기에 적당한 장소라 생각하고 주차를 완료하였다.

이제 조금 익숙해져 가는 나의 새 차의 내부의 먼지를 털어주며 애지중지 쓰다듬고 있었다.


주위를 돌고 있는 세단 한대가 불안하게 자꾸 눈에 들어왔다.

싸한 느낌이 뇌리를 스쳐갔다. 하필이면 내 옆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려 하는지 세단이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내 옆의 빈자리를 향해 진행하리라 생각했지만 세단의 엉덩이 방향이 이상했다.

점점 엉덩이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빠앙. 빵빵."

클락션을 세게 눌렀다.

운전을 하며 몇 번 눌러본 적도 없어서 강약 조절도 제대로 못하고 다급하게 눌렀다.

나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세단의 엉덩이는 결국 쿵 소리와 함께 부딪쳤다.


세상 억울함이 밀려왔다.

일그러진 얼굴로 홀로 차에서 내리는데 세단에서 건장한 외국인 청년 다섯이 내렸다.

조기축구 멤버인 듯 마크 새겨진 운동복은 입은 청년 중 운전자가 앞 범퍼를 슬쩍보곤 내게 와서 말을 했다.

"@$%$*%$~~~3만 원?"

헐.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듯 혀를 굴렸지만 3만 원이란 단어는 정확히 전달했다.

기가 막혔다. 이거 당해 본 놈이 독해진다고 누워야 하나? 씁쓸한 마음에 눈썹이 올라갔다.

나의 마스크 랭귀지를 알아보았는지 그는 자신이 크게 양보한다 표정을 지었다.

"5만 원?"

인심 쓰듯 외국청년이 다섯 손가락을 펼쳤다.

딱 봐도 앞 범퍼 번호판이 찌그러진 중상상태를 보고도 5만 원이라니.

차에서 클락션을 누르다가 충격으로 날아간 내 관절들의 부조합은 어쩔라고 5만 원이라니.

내 몸상태는 괜찮냐. 다친 데는 없냐. 이런 걸 물어봐주는 게 먼저 아닌가?

참았던 분노 단계로 접어들려 하는데 다섯 명 중 하나가 운동장에 있는 한국인 축구 멤버를 데리고 왔다.

한국인 축구 멤버는 악질 한국인에게 당하는 어리숙한 외국인을 구하려 달려온 사람처럼 대뜸 내게 말했다.


"보험 처리하시죠? 사고가 났는데 합의도 안 하실 모양이시네요."

피가 이젠 거꾸로 돌다 못해 토해 나올 판이었다.

"네. 기다리던 말이네요. 보험 처리하세요. 제 차 뽑은 지 한 달 되었어요. 다행히 블랙박스도 있고요. 보실래요? 저분들이 후진하다가 낸 사고예요."

그는 외국청년에게 들은 이야기와는 다른 전개에 살짝 놀란 눈치였다.

"경찰 부르시죠. 저도 고의 운전 사고 낸 사람 취급받는 거 불쾌하네요."

상황 파악이 된 그는 외국청년들과 그들 나라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그들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며 인사를 시켰다.


"죄송합니다. 얘네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몰랐던 거니 이해해 주세요. 저희가 100프로 보상해 드릴게요."

보험접수로 사건은 종결되었고 불쌍한 외국인을 구하려 달려든 히어로라 자처하던 자칭 해결사도 은근슬쩍 퇴장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후진을 했던 외국청년들이 다시 세단에 올라탔다.

앞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을 했던 외국청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sorry~ bye~"

알아들을 딱 두 마디를 하고 그들이 떠났다.

한동안 차가 뒤로 밀리는 악몽으로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겁을 내기 시작하니 더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극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삶이란 언제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사고가 도처에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이란 단어의 어리숙함과 순수함이 세상과 함께 변해버리는 게 아닐지 아쉽기도 하지만, 강한 마음으로 세상에 섞여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도 삶의 성장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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