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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Jan 12. 2022

첫 경험

3. 사고란 언제 어디서나.

처음이란 단어의 떨림이 있다.

준비되어있지 않은 처음이란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운전을 시작하고 나의 첫 접촉사고는 강렬했었다.

경미한 접촉 사고였지만 상대방의 진실인지 허구 일지 모를 드러눕기 전법에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나 다시 운전을 시작하고 양쪽 모두 불쾌한 기억이 남는 쓰디쓴 경험을 함께 하고 싶진 않았다.


첫 사고의 경험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하여 조심히 운전을 했다.

문제의 그날은 휴일 조기축구를 하는 운동장 주차장 근처 주차를 하며 벌어졌다.

무료 개방 주차장이었기에 적당한 장소라 생각하고 만나기로 한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정도 몰아 익숙해진 나의 새 차의 내부의 먼지를 털어주며 애지중지 쓰다듬고 있었다.


주위를 돌고 있는 한 차량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싸한 느낌이 뇌리를 스쳐갔다. 내 옆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려 하는지 세단이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내 옆의 빈자리를 향해 진행하리라 생각했지만 세단의 엉덩이 방향이 이상했다.

점점 엉덩이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빠앙. 빵빵."

클락션을 세게 눌렀다.

운전을 하며 몇 번 눌러본 적도 없어서 강약 조절도 제대로 못하고 다급하게 눌렀다.

나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세단의 엉덩이는 결국 쿵 소리와 함께 부딪쳤다.


세상 억울함이 밀려왔다.

일그러진 얼굴로 홀로 차에서 내리는데 건장한 외국인 청년 다섯이 세단에서 내렸다.

조기축구 멤버인 듯 마크 새겨진 운동복은 입은 청년 중 운전자가 앞 범퍼를 슬쩍보곤 내게 와서 말을 했다.

"3만 원?"

헐.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듯 혀를 굴렸지만 3만 원이란 단어는 정확히 전달했다.

기가 막혔다. 이거 당해 본 놈이 독해진다고 누워야 하나? 씁쓸한 마음에 눈썹이 올라갔다.

나의 마스크 랭귀지를 알아보았는지 그는 자신이 크게 양보한다 표정을 지었다.

"5만 원?"

인심 쓰듯 외국청년이 다섯 손가락을 펼쳤다.

딱 봐도 앞 범퍼 번호판이 찌그러진 정도인데 5만 원이라니. 차에서 클락션을 눌러다가 충격으로 날아간 내 목가 지는 어쩔라고 5만 원이라니.

내 몸상태는 괜찮냐. 다친 데는 없냐. 이런 걸 물어봐주는 게 먼저 아닌가?

참았던 분노 단계로 접어들려 하는데 다섯 명 중 하나가 운동장에 있는 한국인 축구 멤버를 데리고 왔다.

한국인 축구 멤버는 악질 한국인에게 당하는 어리숙한 외국인을 구하려 달려온 사람처럼 대뜸 내게 말했다.


"보험 처리하시죠? 사고가 났는데 합의도 안 하실 모양이시네요."

피가 이젠 거꾸로 돌다 못해 토해 나올 판이었다.

"네. 기다리던 말이네요. 보험 처리하세요. 제 차 뽑은 지 한 달 되었어요. 다행히 블랙박스도 있고요. 보실래요? 저분들이 후진하다가 낸 사고예요."

그는 외국청년에게 들은 이야기와는 다른 전개에 살짝 놀란 눈치였다.

"경찰 부르시죠. 저도 고의 운전 사고 낸 사람 취급받는 거 불쾌하네요."

상황 파악이 된 그는 외국청년들과 그들 나라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그들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며 인사를 시켰다.


"죄송합니다. 얘네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몰랐던 거니 이해해주세요. 저희가 100프로 보상해 드릴게요."

보험접수로 사건은 종결되었고 해결사처럼 불쌍한 외국인을 구하려 달려든 히어로는 은근슬쩍 퇴장했다.


후진을 했던 외국청년들이 다시 세단에 올라탔다.

앞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을 했던 외국청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sorry~  bye~"

알아들을 딱 두 마디를 하고 그들이 떠났다.

한동안 차가 뒤로 밀리는 악몽으로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겁을 내기 시작하니 더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극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여건에 의해 다시 운전을 하게 되었지만 삶이란 언제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사고가 도처에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겪어보는 돌발상황에도 핸들과 마음을 바로잡는 강한 마음도 필요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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