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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Jan 18. 2022

흑마 탄 왕자님

5. 초보시절

몸으로 배운 것들은 잘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자전거, 수영, 운동...

거기에 운전까지 포함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의 비루한 운동신경은 학습된 것을 새롭게 시작하게 하는 자동 제거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운전대를 잡으면 도로 위를 날아다닐 것 같지만 현실은 흰 장갑 장착한 김여사의 표본이었다.

키가 표준보다 아주 작은 것도 아닌데 의자는 한없이 앞으로 당겨 앉았고

불안한 마음에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놓고 심신 안정을 취하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길은 버스 노선 데로만 운전을 했다.

날씨의 영향도 커서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내리기라도 하면 운행중단이었다.


주말이 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연습에 돌입했다.

매일 다니는 출근길은 익숙해졌지만 주차라는 난관에 부딪쳤다.

처음 배운 주차법이 후진주차였다.

익숙한 후진주차만 유지하다 보니 평행주차나 전진 주차는 기피했다.


지인의 아파트에 방문을 하던 날이었다.

아파트의 화단보호를 위해 전진 주차만 가능한 팻말에 순간 당황했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지상주차장엔 휴일이라 차가 즐비했다.

겨우 한자리를 찾았지만 전진 주차의 두려움에 선뜻 주차를 할 수 없었다.

조심스레 주차를 시도했는데 삐뚤어져 들어가는 바퀴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후진을 조금 하고 다시 전진을 하면 할수록 왼쪽 차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전진도 후진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차가 멈추었다.

할 수만 있다면 차를 접어 넣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무리해서 진행했다가는 분명 왼쪽 차에 기분 나쁠 추억을 만들 것만 같았다.


조심스레 차 밖으로 몸을 뺐다.

지인을 불러야 할까. 마지막 한번 재 도전을 해볼까.

나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아니면 불쌍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검은 차가 내 옆을 지나 차를 세웠다.


"대신 주차해드릴까요?"

검은 차의 주인의 도움의 손길을 거절 없이 덥석 잡았다.

"아. 정말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는 운전석에 대신 앉아 전면주차를 순식간에 마무리해주고 차에서 내렸다.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나에게 초보 때는 그런 거라며 큰 도움도 아닌데 괜찮다는 듯 검은 차를 타고 그가 떠났다.

위기를 모면했던 그 기억에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나도 누군가엔 작은 조랑말을 탄 여왕처럼 도와주는 그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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