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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Jan 26. 2022

주유의 설움

6. 가득의 비애

어떤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장단점이 생긴다.

사람들은 사용후기를 서로 건네기도 하고 참고하여 구매를 하거나 마음을 접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 경차의 장단점은 여러 가지 존재한다.

나에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장점들을 부각해 단점을 가능한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일깨워지는 단점이 종종 생기곤 한다.


경차를 몰기 전에는 중형차를 몰고 다녔다.

운전에 편의사항이 많았지만 주행이 끝나고 주차를 하려면 주차위치를 잡기 힘들었고 졸졸 새듯 흐르는 주유비도 아낄 겸 경차로 차를 바꾸었다.

어디든 쉽게 주차가 가능하고 공공주차장에서는 할인도 될뿐더러 좁은 공간도 쉽게 세워둘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경차에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단점은 잦은 주유를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주변에 가까운 주유소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려서 주유를 해야 출퇴근이 가능했다.

맘 같아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넣고 싶지만 경차가 받아들일 수 있는 주유량의 한계가 있었다.


애매한 바늘 눈금이 퇴근길 운전에 눈이 거슬렸다.

분명 내일 출근 거리는 어찌어찌 가겠지만 되돌아 올 거리는 주유를 해야 가능할 것 같았다.

고민을 한다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 빠른 결정을 내렸다.

대다수의 셀프주유소가 들어섰는데 이곳은 직원이 주유를 대신해 주는 시스템인듯했다.

"가득 채워주세요."

시동을 끄고 직원에게 외쳤다.

퇴근길 몰려든 차량행렬에 마음이 바쁜지 직원이 힐끗 보더니 다른 차로 달려갔다.

다른 차부터 주유를 시작하는 것을 보니 조금 기분이 나빠졌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른 차들에 주유건을 꼽고 직원이 창문 가까이 와서 물었다.

"얼마요?"

"가득이요."

표정 없이 그는 나의 카드를 들고 갔고 주유는 시작되었다.

다른 차는 이미 주유가 끝나 자리를 떠나고 내 차의 주유기계는 멈추었지만 직원은 오지 않았다.

느낌이 이상해 주유소 사무실을 두드렸다.

주유구를 꼽아주었던 직원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 사장님. 주유 끝난 것 같은데요."

그는 수저를 내려놓고는 나를 따라나섰다. 주유건을 뽑고 카드 영수증을 가지고 내게 내밀었다.


"웬만하면 얼마 안 넣는 건 낮에 이용하세요."

경차의 설움인가.

다른 승용차에 비해 적은 주유비가 탐탁지 않은지 투덜이는 그의 뒤에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 했다.

집에 돌아와 이불 킥을 몇 번을 하고 나서야 분노가 더 이러나기시작했다.


사람 가려 행동하는 최악의 사람처럼 차 가려 행동하는 그런 주유소가 잘될 일 없을 거라고 악담을 퍼붓고서야 속이 편해졌다.

유치한 상상을 해봤다. 10톤 트럭을 몰고 가서 주유하려다가 다른 주유소로 가는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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