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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멍
[쉼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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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mping ink
Jul 13. 2021
'철썩'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연기자의 매섭게 내리치는 손바닥이 볼에 부딪치며 찰 진소리에 모두 토끼눈이 된다.
때린 들 맞은들 좋은 기억은 아닐 것이다.
나도 그 좋지 않은 기억을 딱 한번 있다.
열세 살 6학년 졸업반이었다.
한 학년에 열반이 넘었고 심지어 오전 오후반이라 불리며 학교는 아이들로 넘쳐났다.
인근 학교가 많지 않아 아이들은 많았지만 좋은 동네도 아니었기에 전입학생도 흔치 않았다.
나의 담임선생님은 초임 여교사였다.
의욕도 앞섰고 서슴없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대중가요도 몇 곡 가르쳤다.
다른 반과는 다르게 조별 사물함도 만들어 양치교육부터 기본교육을 엄마처럼 해냈다. 아이들 사이에선 인기인이었고 나는 운이 좋게도 선생님이 계시던 3년 동안 연속으로 선생님반 아이가 되는 행운아였다.
매일 변함없이 같은 아이들이었지만 매일 새로운 추억들은 생겨났다.
한 조라고 짜인 4명은 가족처럼 누군가 다른 조 아이들이 괴롭히기라도 하면 앞서 나서 응징을 했고 그 당시엔 서로를 챙기는 것을 목숨처럼 소중히 생각했다.
조별 숙제라도 나올라치면 다른 조에게 지지 않고 선생님이 칠판에 써둔 그래프의 점수를 높이려 사력을 다했다.
아이들이 반년 넘게 서로 한 덩어리도 지내던 어느 날, 여름 더운 공기와 함께 예쁜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전학을 왔다.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말 못 해 선생님께서 친히 이름도 다시 불러주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붉은 리본이 기억나는 이유는 그 아이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머리 뒤 묶은 커다란 리본만 보였
었
다.
선생님은 리본 소녀를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우리 조에 편성했다.
나는 눈이 나빠서 늘 앞자리였는데 우리 조긴 하나 리본 소녀는 앞자리에 빈자리가 없어서 맨뒤에 홀로 짝 없이 앉은 아이의 옆에 조심스레 가방을 내려놓았다.
리본 소녀는 혼자가 편한지 가까이 다가오려 노력하진 않았다.
집에 돌아가는 하굣길, 리본 소녀는 갈래길이 나와도 나와 같이 한 길로 걷고 있었다. 친구 한 명 한 명 떨어져 나가고 나의 두어 걸음 뒤 리본 소녀만 남았다.
"너 여기로 이사 온 거야?'
우리 집 근처에 길가
스텐 문을 옆으로 밀면 바로 거실이 보이는 어른들이 '일본식 집'이라 불리던 집 앞에 리본 소녀가 멈추어 섰다.
"으응.."
동네에 또래 친구가 이사와 너무 기뻤다. 월세 살던 친구가 이사 간 이후로 동네 언니들 외에는 또래 여자아이가 없던 차에 바로 대문에서 50걸음도 되지 않는 곳에 친구가 생긴 것에 기뻤다.
밤이면 언니들과 술래잡기에도 리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었고, 고무줄놀이도 비석 치기도 짝꿍이 생겨서 기뻤다.
리본 소녀와 가까워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나와 등하교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교 후 저녁 먹은
뒤 동네에서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4조 너희 모두 나와"
선생님만 유일하게 통행할 수 있는 앞
문이 큰소리를 내며 열리고 눈치 빠른 아이들은 정신없이 자기 자리에 정자세로 앉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랐다. 그저 같은 소속이라 쭈뼛거리며 바로 앞 교단 앞에 한 줄로 섰다.
"철썩~철썩~"
다섯 아이들 중 네 아이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빨간 리본 소녀만 고개를 숙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살짝 돌아간 머리로 벌게진 볼을 손으로 감싸
안았다.
"너희가 제일 분위기도 좋고, 믿었는데!"
맞지도 않은
아이들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교시간이 되어서야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 다섯이 되어버리자 세명이 아이들이 리본
소녀를 따돌렸다고 했다. 리본 소녀는 전학을 선택했고 선생님은 크게 노하셨다고 했다.
"선생님께 너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려 했는데 이미 늦었었어. 미안해. 그리고 나 오늘 이사가."
아픈 리본 소녀의 마음을 선생님은 따귀로나마 대신하려 했던 것 같다.
친구는 그날 떠나갔지만 나도 그 아이의 마음을 다 읽어보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어린 나이의
당혹스러운 징계였지만 리본 소녀의 마음의 멍은 따귀로 한 대 맞은 것보다 더 아픈 멍이 남았을 것이다.
앞서가는 마음을 조금 붙잡고 나와 남의 마음에 멍이 들지 않도록 조심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멍은 옅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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