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100心

[쉼 수필]

by stamping ink

주변 어르신들의 백신 접종 이후 증상에 대해 걱정하던 날이 얼마 전 같았는데 어느새 나도 접종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백신 접종 기간이 임박해오니 같은 접종 대상 근무자들끼리 무성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접종 괴담이 꼭 나에게 일어날 것 같아 다들 마음을 졸이고 몸 관리를 하자며 서로를 챙겼다.


접종 당일, 점심시간을 마치고 백신 접종을 위해 조퇴를 하였다.

자택 인근의 병원에 미리 선예약을 해두어 느려지는 발걸음을 다그쳤다.

조금 일찍 나섰지만 접종 가능한 병원의 주차장엔 접종을 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과 진료를 받을 사람들이 섞여 주차장 입구부터 번잡했다.

예약시간 오후 2시.

실수였다. 병원 자체 점심시간을 깜빡했고 이미 주차장엔 나와 같은 실수를 한 사람들이 차를 세우느라 몰려있었다.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내어 주차를 마치고 지하로 연결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지하 2층에서 탄 사람들 중 몇몇은 문 앞에 가깝게 자리를 잡으려 애썼고 1층에서 탄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 몸을 밀어댔다. 엘리베이터 벽에 쓰여 있는 접종센터층에 도착하자 지각이 코앞인 직장인들이 지하철 문 열리기가 무섭게 달리듯 접종센터로 빠른 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대기장소에 냉랭한 기운이 느껴졌다. 에어컨을 적당히 틀어놓았지만 그 냉기는 아니었다. 혹시라도 나보다 늦게 온 이가 먼저 접종을 하게 될지 불만이 가득한 사람 몇은 아직 점심시간이 다 마쳐지지 않은 간호사를 불러 세웠다. 여기저기 고성도 들려오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문진표 다 작성하셨어요?"

아직 2시가 10분이나 남았는데 간호사는 피곤한 표정과는 정반대인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아. 네. 미리 작성해서 왔어요."

간호사는 미리 작성해 온 나의 문진표를 쓱 보더니 볼펜으로 대기번호를 위에 적어주곤 호명하겠다며 옆자리로 이동했다.


신분증으로 개인정보 확인, 문진표 점검, 문진... 절차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였다.

접종이 시작되고 한 명씩 사람들이 대기 줄에서 접종 후 상태 확인을 위해 남아있는 자리로 옮겨갔다.

내 앞번호가 호명되었다. 한 명씩 맞는 사람들마다 주의사항을 간호사는 설명했다.

"오늘은 샤워는 피하시고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심하거나 이상 증상이 보이면 지금 드린 안내서에 따라 연락 주시면 되십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이지만 한 명도 빼지 않고 간호사는 친절히 설명했다. 간이 접종센터였기에 앞에 먼저 접종한 분에게 드리는 주의사항이 나의 귀에도 충분히 들렸다.


"저... 주사 엄청 무서워해요."

아이처럼 겁먹고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했다. 간호사의 거침없는 손길로 소독약 발린 솜이 어깨를 스쳤고 아프다는 생각도 할 사이없이 접종이 마무리되었다.

"안 아프셨죠?"

간호사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곤 나에게도 앞에 분께 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려 했다.

"아까 앞의 분 주의사항을 들었어요. 이 안내서 잘 읽고 숙지할게요."

목이 약간 쉬었는지 침을 삼킨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안내사항은 꼭 전달드려야 하거든요. 오늘 샤워는 피하시고...."

간호사는 본인의 해야 할 일이라며 모든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다음분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었다.


15분의 대기 시간이 끝날 즈음이 되자 접종 대기자 줄이 조금은 한산해졌다. 한 공간에 모두 처리하다 보니 15분 내내 주의사항을 이야기해 주는 목소리와 대기번호와 문진을 하는 목소리는 쉬지 않고 들려왔다. 15분이 지나자 한 명씩 상태를 점검 후 귀가 허가를 해주었다.


남자분 한분이 병원에 있는 편의점에 들려 음료 한 박스를 사들고 왔다.

"너무 고생하십니다. 이거 나눠 드셔요."

"아니에요. 저희 업무고 받으면 안 돼요. 마음만 잘 받겠습니다."

"아니에요. 저 두고 갑니다. 버리셔도 돼요."

에너지음료 한 박스가 서로 밀고 당기며 오가다가 바닥에 주인 없이 놓였다.


나에게도 귀가 허가가 떨어지고 이젠 밀려있는 줄이 조금은 한적해질 적에 조심히 감사인사를 전했다.

30분 정도 혼잡한 시간이 흘러가니 이젠 여유도 생긴 듯 보였다.

"너무 수고 많으세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저희 일인걸요. 사람들마다 사정이 있어서 화를 내거나 욕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렇게 알아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서 힘들지 않아요."


백신을 맞으러 온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길 바라며 자리를 떠났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진행하는 마음이 한결같지는 않겠지만 열명, 백 명, 천명... 간호사와 종사자들 마음의 서로의 이해의 마음의 100퍼센트 이어지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1 마흐니의 마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