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18
내가 졸업한 중학교는 교명이 변경되었다.
중학교 자료를 찾아볼 일은 없지만 인근을 지나쳐갈 때 다른 시설로 변경된 것은 아쉽지만, 큰 도로 옆에 위치한 낮은 담벼락은 변하지 않고 남겨진 운동장이 추억을 소환시킨다.
터질 듯한 버스에서 내리다가 교문 앞에 선도부와 지도교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면 목을 조여오던 넥타이도 가방에서 꺼내 메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낮은 담벼락을 통해 친구에게 넥타이를 던져주었고 한 개의 넥타이로 여러 아이들은 위기를 모면했다.
꾸밀 수 있는 것이라면 허리춤에서 잡아 올려 입었던 교복 치마도 무릎길이로 단정히 내려 입고 귀밑 단발머리 길이가 길어 보일라 윗머리를 비벼 윗머리만 대강 손 빗질을 하여 눈속임을 했다.
알고도 속아주는 선생님이 센스는 덤이다.
월요일 전교생 조회시간에 소리 높여 부르던 교가도 사라지고 은행잎 형상이 책처럼 생긴 교표도 사라졌다.
그저 추억 속의 교명은 졸업앨범과 친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졸업증명서를 신청하러 오는 이들 중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때 00 고등학교였는데, 지금 지나가다 보니 학교명이 변경된 것 같더라고요"
팩스를 보내려 검색을 하면 (구 00 학교) 현 XX학교라고 나온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다.
특히 타 지역일 경우 정보가 더 부족하기에 그 지역 담당기관이나 부서 쪽으로 그들이 찾는 자료를 요청하거나 처리기관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 한다.
발급기관을 찾기 위해 전화기를 통해 모험을 떠난다.
사라진 학교는 어디에 편입이 되기도 하고, 이름이 바뀌어 있기도 하고, 폐교되어 상급기관에서 정보를 보유하기도 한다.
지방에서 나온 학교인데 교명이 변경이 된 것 같다는 분이 서류를 요청했다.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가며 드디어 자료를 보유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중간에 해당 부서에서 잘못된 정보를 주어 잠시 위기가 왔지만 다행히 잘 넘어갔다.
민원인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이 미안한지 이런저런 힌트를 던져줬다.
"그곳에 학교가 작아서 어디 초등학교로 편입되었다가 아이들이 줄어드니 초, 중 통합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는 그 자리에 고등학교가 생겼다는데 어렵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팩스가 도착하길 기다리며 다른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타 지역 해당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저 그분의 정보 부존재입니다. 해당 학교가 과거에 화재가 난 적이 있어서 자료 손실인 것 같습니다."
고생 끝에 자료가 없다니.. 기다리던 이도 나도 허탈했다.
"제가 개인적인 사정을 정보 제출을 꼭 해야 하는데 마지막 방법도 안 되나 보네요. 제 기억이 모두 사라진 기분이네요. 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움 가득 담긴 표정이 안타까웠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자 머리를 스치는 질문이 하나 생각났다. 분명 해당 졸업생인데 정보가 없다면...
"혹시 개명하신 적 있으세요?"
"어려서 어른들이 호적이 잘못되어 개명을 했었다고 했는데 혹시 그건 걸까요?"
급히 개명 전 이름을 받아 적고 지역부 서로 다시 연락을 취했다.
"죄송하지만 주민번호는 동일하고 이름을 xxx으로 한 번만 더 찾아주시겠습니까? 민원신청서는 바로 재작성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십여 분의 시간이 흘러가고 팩스와 함께 전화가 걸려 들어왔다.
"개명 전 이름이셨네요. 지금 팩스 들어가고 있을 겁니다. 보내드렸으니 교부 부탁드립니다."
민원인이 그토록 필요하던 자료가 손에 쥐어지자 감사함에 눈물 고인 인사를 쉴 새 없이 했고, 혹시 다음번에 다른 곳에서 신청할 때 개명 전 이름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재안내를 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름도 바뀌어가는 것들은 많다.
변한 것은 많지만 추억은 그대로 존재한다.
남겨지고 싶은 것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변하지 않고 존재하기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