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알맹이

발급번호-019

by stamping ink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할 때 환자들 사이에 섞여 기다리다 보면 분주히 움직이던 간호사가 큰 소리로 호명을 한다.

평범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모르겠지만 특이한 성을 지닌 사람이나 특이한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불리면 휴대폰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호명 받은 이를 바라본다.

얼마 전 병원 진료를 대기 중에 모든 이의 시선을 끈 이름이 있었다.

"나미녀 님"

모두 얼마나 예쁘기에 이름이 미녀인지 궁금해서 시선을 잡아끌었고, 남매가 같이 진료를 왔는지 간호사는 연달아 이름을 호명했다.

"나미녀 님 다음 분은 같이 오신 나미남 님 대기하세요."

대기 중인 환자들은 힐끗거렸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 듯이 그들은 진료실로 들어갔다.


유치한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던 경험이 내게도 있었다.

이름을 빗대어 이런저런 별명이 지어졌고 분노했고 울분이 쌓여갔다.

재미 삼아 놀리는 장난으로 내 이름이 주는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다.

친구에게 서러움을 토해낸 적이 있다.

"하루 24시간은 늘 같은데 24시간마다 요일 이름을 붙이면 기분이 다 달라지는 거 알아? 토요일이란 이름은 듣기만 해도 좋은데 월요일이란 이름은 들으면 기분이 좀 그렇잖아. 24시간이란 기본은 모두 같은 건데."

이름으로 불리는 글자보단 나 자신의 알맹이가 더 소중하다는 걸 친구는 알려주고 싶어 했다.


민원인이 민원신청 요청을 하러 오면 서류가 완료되었을 시점 그의 이름을 불러 알려주곤 한다.

개성 있는 이름들도 많이 있다.

얼마 전 서류 처리를 완료하고 교부한 서류도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민원인이 떠나고 옆자리 직원이 내게 말했다.

"응대 씨, 저 엄청 조마조마했어요."

"왜요?"

"응대 씨가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민원인에게 '김 선생님 서류 다 되었습니다.'라고 말해서요."

"그게 왜요?"

"원래 '김응대 선생님 서류 다 되었습니다.'라고 하는데 성만 부르니 혹시 민원인이 하대 받는 기분이 아닐까 해서요."

"아... 김선생님 이라고만 불러서요?"

옆 자리 직원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 보관 문서 진행 상자 안에 서류를 넣으려다가 직원에게 슬쩍 보여주었다.


민원인 성 명: 김선생

주 소: 00시 00구 0000으로 XX-13

연락처: 000-0000-0000


나를 비롯하여 개명의 꿈을 꿔본 이들은 알 것이다. 이름이 주는 여러 감정들을...

같은 24시간으로 분류되는 하루 중에 토요일이란 기분이나 월요일이란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라 다짐한다.


힘내자. 김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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