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먹어도 되는 거예요?

발급번호-020

by stamping ink

사무실 한쪽에는 작은 탕비실이 있다.

직원끼리 사비로 사다 놓은 개인용 커피와 컵이나 기본적인 주방 살림들이 채워져 있고 혹시 모를 민원인 접대용으로 구비되어있는 믹스커피와 종이컵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10분 내외로 처리되는 민원이 일반적이지만 가끔 외부로 팩스 요청을 해서 받아야 할 문서도 있다.

길게는 3시간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기다리는 민원인을 위한 배려로 준비해 둔 사탕과 커피다.


잦은 방문을 하는 민원인은 익숙하게 자기 집처럼 커피를 즐기기도 하고, 사탕 몇 개만 입에 넣고 잡지책 꽂이 앞에서 서서 무료한 시간에 홍보 배부 자료를 읽기도 한다.


내 허리도 오지 않는 조그만 남자아이가 까치발을 들고 나와 눈을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서류 발급을 하느라 아이의 마음도 모르고 모니터만 보는 나를 옆의 직원이 슬쩍 나를 불러 아이를 봐주라 사인을 보냈다.

"아. 안녕? 나한테 할 말이 있니?"

"안녕하세요. 저는 아름유치원 별님반 이승혁이에요. 저 이거 좀 가져가도 돼요?"

아빠를 따라온 아이가 나에게 사탕 끝을 만지작거리며 용기 내어 말을 했다.

지인에게 선물 받아서 나눠먹으려고 가져온 고급 사탕을 아이가 만지고 있었다.

몇 개 정도 나누어 먹어도 문제 되지는 않았다.

맘 같아서는 업무 도중 허기짐에 준비해 둔 나의 간식까지도 쥐어주고 싶지만 혹시 어머니의 간식 철학과 부딪칠 수도 있고 아이의 알레르기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귀여워서 쥐어줄 수는 없었다.

아이 아빠는 신청서에 기재내용을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먹어도 되는데, 아빠한테 사탕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먹을래?"

보호자에게 허락을 받으라 살짝 돌려 말을 해주었다. 아이에게 말을 했지만 아빠가 대답을 했다.

"오기 전에 과자 먹고 와서 더는 오늘은 단것이 안 돼. 내일 사줄게."

슬쩍 보기에도 제법 가격이 있는 사탕임을 눈치채곤 아이를 말리는 듯싶었다.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엄마가 이 사탕 사다 준다고 했는데 안 오잖아."

아이 아빠의 볼펜이 멈추었다.

내 앞에 놓여있는 신분확인용 가족관계 증명서에 적혀있지 않은 엄마의 존재는 이제는 사라진 존재일 것이다.

"엄마 이제 안 오셔. 멀리 좋은 곳에 가셨어."

아이 아빠는 나를 보곤 다시 말을 했다.

"죄송하지만 사탕 하나 가져가도 될까요?"

물론 가능하다고 부담 없이 드시라고 했다.

"이거 대신 내일 먹어야 해."


간단히 처리할 서류였고 바로 교부 처리는 진행되었다. 나가는 아이를 따라 사탕을 한 줌 쥐어 따라나섰다.

작디작은 아이의 주머니에 터질 듯이 사탕을 넣어도 겨우 다섯 개도 들어가지 않는다. 남은 몇 개의 사탕을 아이 손에 쥐어줬다.


"이 사탕 먹고 싶으면 또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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