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23
귀가를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릴 때,
정류장 알리미가 있지만 행여나 못 탈까 봐 달려오는 버스의 번호를 하나하나 체크했다.
때마침 자신의 몸의 반쯤은 되어 보이는 배낭을 메고 외국인이 버스 정류장에 합류한다.
두리번거리는 그의 눈은 마주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분위기다.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당첨자가 된 경험이 몸에서 기억났다.
시선은 되도록 멀리. 도울 수 없다는 바디 랭리지는 만국 공통어를 표현해 보지만...
비껴가지 않는 나의 불운은 적중률이 왜 이리 높은 건지, 나를 바라보며 그가 던지는 한마디.
excuse me~~~
나의 몸은 행위예술가처럼 나풀대었다. 외국인 민원인이 나를 찾을 때와 같이...
얼마 전 외국 발음이 섞인 민원인이 사무실을 열고는 서류를 요청하러 방문했다.
단어 선택의 어려움이 있을 적마다 한국어반, 영어 반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 papers를 영어로 translation 하고 싶어요."
분명 영문과를 나온 직원이 옆자리에 있었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척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마음 나도 알지...
"저희는 한글로만 발급이 가능해서 번역업체에 요청하고 공증받으시는 방법을 쓰셔야 합니다."
한국어 듣기 능력은 말하기 능력보단 월등히 좋아서 다행이다.
뭔가 알아들었는지 아쉬워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난 후 바쁘던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 마음 안다고...
외국어 민원인의 방문에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 통했다.
"그래요. 우리 지금부터 생활영어로 실력을 늘려봐요."
"좋아요. 생각난 김에 지금부터 시작해요."
"좋은 기회네요."
"lunch time, Let's go eat lunch."
"Shall we talk in English now?"
모두 자기 계발에 좋은 영향력이라며 긍정적 끄덕임을 보냈다.
"Let's start now."
그날 오후 내내, 말없이 조용한 사무실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