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함

발급번호-022

by stamping ink

"저... 강아지가..."

방금 민원서류를 발급받아 나갔던 학생이 품에 꼼지락거리는 작은 털북숭이를 들고 다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서류를 발급받고 나가는 길에 건물 입구에 있는 상자 옆에서 강아지가 주웠다고 했다.

건물 입구에는 잃어버린 물건들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설치된 작은 상자가 있다.

유실물 상자 앞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온 비에 흠뻑 젖은 강아지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보였다.

시골에 놀러 가면 한쪽 구석을 지키고 있는 누렁 강아지와 흡사하게 생긴 흔히 똥개라 부르는 믹스견이었다.

주둥이는 까맣고 짧은 털은 갈색빛에 발등은 하얀 무늬가 섞인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강아지.


"버리고 간 사람은 천벌 받아야 해."

애견인 직원의 살기 품은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누가 버리고 가진 않았나 봐요. 당직기사님이 cctv로 보니 강아지가 자기 혼자 상자 앞까지 왔다고 하던데요?"

cctv로 건물 순찰을 보고 있던 당직기사에게 말을 전해 들은 직원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아. 저 이 강아지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이 건물 뒤에 야산이 있잖아요. 주인이 누군지 몰라서 관리가 안 되는 그 산이요. 들개 두 마리가 그 산 위를 다니곤 했는데요. 제가 퇴근 무렵에 갑자기 나타나서 놀란 적이 있어요. 그 녀석과 비슷하게 생겼는데요?"

"목줄도 없고, 인식 칩도 잡히지 않는 것을 보면 유기견은 아닌 듯하네요."

"그래도 혹시 주인이 나타날지 모르니 신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 모여 갑자기 나타난 겁에 질려 구석으로 숨기만 하는 작은 강아지에게 모여들었다.

유기견 센터에 문의하니 임시보호 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된다고 했다.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상황이 궁금했던지 당직기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구석으로 숨기 바빴던 녀석이 당직기사를 보자 그의 다리 밑으로 몸을 움직였다.

놀란 당직기사는 난감한 표정이 지었다.

"저 야산에서 내려오는 들개들이 너무 굶주려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거든요. 암컷이 새끼를 밴 것 같은데 배만 볼록해서 안쓰럽더라고. 그래서 몰래 밥을 나눠줬는데 얼마 전에 주민신고로 잡혀가더라고. 딱 보니 그 녀석 새끼네."

오들오들 떨며 당직기사의 신발 사이로 몸을 넣곤 머리를 박은 채 솜뭉치처럼 몸을 말고 서럽게 울어 댄다.

어미와 헤어지며 서러웠던 순간을 당직기사에게 일러바치는 것 같았다.


"제가 데리고 갈게요. 밤에 혼자 집에 있어야겠지만 하루 종일 혼자 산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구석에서 꿈쩍 않던 강아지가 아저씨 발걸음을 뒤로 졸졸 따라갔다.

털이 물기에 흠뻑 젖어 갈비뼈가 보일 정도였지만 당직기사의 보살핌으로 행복하길 바랐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가끔 당직기사는 사무실에 들러 '산이'라 이름 지은 강아지의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

털도 제법 윤기 나기 시작하고 배도 빵빵하게 올라 잠든 귀여운 사진을 보며 함께 즐거워했다.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반대하던 가족들도 업둥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산이는 잘 지내지요?"

당직기사와 마주하게 되면 인사말이었다.


"이름을 잘 못 지었나 봐요. 산에 데려가면 아주 날아다닌다니까요. 피는 역시 못 속이나 봐요."

산이와 당직기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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