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

발급번호-024

by stamping ink

휴일이면 자주 찾는 카페가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여유롭고 친근한 분위기와 예스러운 인테리어가 잘 어울리는 따스한 곳이다.

새로운 도전에 불안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땐 그곳을 찾는다.

주인장의 흰 눈을 뒤집어쓴 것처럼 반짝이는 머리카락과 웃는 얼굴 따라 생긴 주름마저 그들을 빛낸다.

새로 들여온 커피 시향을 권하며 핸드드립으로 퍼지는 향은 휴양지에서 누리는 여유로움 같았다.

추워지는 날이면 무릎담요를 덮어주고, 더워지는 날이면 선풍기 위치를 바꿔가며 자식처럼 살핀다.

다른 이를 기다리며 홀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노라면 한쪽 벽 가득 꽂아있는 책 한두 권을 꺼내 옆 자리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해주던 내 할머니처럼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기도 하신다.

식물 가득 찬 카페의 커피내음과 노부부의 따스한 마음은 바쁜 날들의 보상이 되어주기 충분했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으면 프리랜서 강사들의 경력증명서 요청이 쇄도한다.

일 년씩 계약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의 경력을 증빙해야 할 필수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사무실을 찾는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 그들은 여러 곳에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어쩔 때는 한 명당 서류를 열 장, 스무 장 요청하기도 한다.

대학 원서를 내며 하나라도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낼 수 있는 곳은 모두 제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많은 서류를 받아가야 하니 발급비용을 받고 당당히 발급받았으면 하는 이도 있다.

무료로 발급되는 서류다 보니 바쁜 것이 뻔히 보이는 사무실에 들러 발급 요청하는 게 곤욕이라고도 했다.


매년 방문자의 얼굴을 어느 정도 익히 알고 있다.

제출기간이 되면 어김없는 오는 방문자다 보니 얼굴이 충분히 익다.

"제일 바쁘실 때 서류를 많이 요청해서 어쩌지요?"

"제가 발급해 드리는 서류는 운이 좋아서 여기저기 계약에 성공했다고 하던데. 소문 듣고 오셨죠? 하하하"

미안해하는 민원인에게 농담을 던졌다. 서류를 건네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올해도 서류 낸 곳에서 좋은 소식 많이 들리실 거예요. 또 봬요"

서로 바쁜 시기지만 잠시 마음을 나눠갖는다.


나의 단골손님들의 좋은 소식을 기다린다.

그들은 매년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서류에 늘어있는 한줄한줄의 경력이 그들을 빛난다.

작은 힘을 얹어 나누는 행복이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내가 발급해 준 서류에서 카페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온기가 옮겨 느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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