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25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라는 말이 나오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중년의 그는 등장부터 소란스러운 폭주열차 같았다.
사무실의 소음 따윈 그의 헛기침 소리에 가뿐히 묻히고 큰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흠흠. 내가 필요한 서류가 흠흠 몇 장이 더 필요해서요. 흠흠."
그의 커다란 목소리에 유모차에서 곤히 잠든 아이는 놀라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저 죄송하지만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주시겠어요?"
"뭐라고요? 내 목소리가 어떻다고?"
폭주 열차가 커다란 기차 화통 소리에 걸맞게 붉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 아니요. 조금만 낮춰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예요."
큰 목소리 탓에 사람들은 얼굴을 지푸지만 그는 안경을 머리 위에 걸쳐 쓴 채 헛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을 정신없게 만드는 방법 중에 시각, 청각의 교란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폭주 열차의 높은 음성과 쉬지 않는 손짓과 표정은 캠핑장 불멍을 보듯, 사이비교주의 연설을 듣는 듯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필요하다는 게 말이지."
폭주열차의 한층 더 높아진 목소리가 다시 들려 올 차에 사무실 문이 열렸다.
고운 생활한복을 입고 머리를 하나로 곱게 묶은 단아한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주위에 사과의 눈빛을 보내며 폭주열차 옆에 섰다.
익숙하게 그녀는 폭주열차의 귀에 꼽힌 보청기를 뽑아 손을 보고 다시 그의 귀에 꽂아주었다.
단아한 그녀가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공항 활주로 정비일을 하는 사람이랍니다. 워낙 시끄러운 곳에서 책임감이 워낙 강해 일을 우선시하다 보니 본인이 건강관리를 못해서 청력이 안 좋아졌답니다. 자존심이 세서 보청기 착용을 해야 한다고 하니 한동안 힘들어했지요. 극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요. 그나마 타협한 것이 이 사람이 보청기를 처음부터 볼륨을 높이 쓰면 나중엔 최대 볼륨으로 올려도 소리를 못 들을 수 있다고 늘 작게 설정을 해 놓는답니다.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몰라 그런 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모두에게 90도 인사를 하곤 조용히 대기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폭주열차를 제어하는 신호등이 켜졌다.
그녀는 폭주열차를 조종하듯 눈빛을 보냈고 기관사가 켜 둔 붉은 신호를 감지한 열차는 머쓱해했다.
"내가... 목소리가 컸소?"
이제야 낮은 목소리의 그는 자신의 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폭주열차를 조정하는 열차 기관사 아내의 뒷모습이 오랜 시간을 긴 기찻길을 함께 달려온 그들만의 시간이 보였다. 그들의 시간이 변치 않고 오래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