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26
한 무리의 중년 여성 셋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사춘기 소녀처럼 작은 것에도 깔깔거리는 모습이 여느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언뜻 봐도 50대는 되어 보이지만 서로의 말끝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 너무 반가워서.. 조용히 말하자, 계집애들아, 호호호."
얼마나 반가운지 그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여기 근처에 원래 사당 나무가 있었던 거 기억나니?"
"맞아. 어찌나 나무가 크고 줄기가 무성한지 해가 금방 떨어지는 겨울엔 눈감고 달리다가 논둑에도 빠지고 그랬잖니."
"많다. 너, 너.. 그때 다리가 부러져서, 호호호. 사내아이도 아니고 계집애가 칠칠치 못하다고 엄청 혼났잖아."
"너는 뭐, 감나무집 오라비에게 연애편지 보냈다가 걸렸다가 쫓겨나 놓고선."
"맞다, 맞다. 그 오빠는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소녀처럼 재잘거리는 모습을 귀엽다고 해야 하나, 외모와 다른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것 같았다.
"사이가 참 좋으세요. 건강하시고 밝은 모습이 보기 좋으세요."
서류를 드리며 우정이란 단어를 떠올라 부러움에 말을 건넸다.
"아휴, 우리도 굴곡이 얼마나 많았는데, 얘 있죠? 얼마 전까지 항암 치료를 해서 먼저 보내나 어찌나 걱정을 했다고."
"그래, 우리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그때만 생각해도..."
"너 완치 판정 나올 때까지 용기내야 한다. 우리가 지켜줄 테니 포기하지 말고, 알았지?"
친구인지 자매인지 경계선이 없는 그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세 분이 너무 보기 좋으셔서 저도 한동안 연락 못한 친구가 생각나서 말씀드린 건데..."
"잊지 말고 생각날 때 연락하구려. 우리도 살기 바빠 각박하게 살다가 이 녀석 죽을 고비 넘기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우리는 이제 남은 세월 동안 천천히 함께 걸으려고요."
"아프면 부축하고, 누가 뛰어야 하면 응원하고, 그러면 행복한 결승점에 다 닿겠죠?"
그들의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사무실 밖에 좁은 화단에 코스모스 앞에서 울려 퍼졌다.
흔한 장소이지만 그들에겐 순간이 소중한 듯 연신 좁은 화단에 펴있는 코스모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떠났다.
커버린 소녀들의 소중한 시간이 오래오래 가을밤처럼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