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의 깊은 맛

발급번호-031

by stamping ink

"나 때는 말이야~"

현직에서 얼마 전 물러난 이가 한가한 시간에 서류를 요청하러 사무실에 들렀다.

그는 안부인사부터 시작하여 그간 있었던 주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직원들의 마음엔 답답함이 쌓였다.


'다 알만한 분이 왜 저러시는 걸까. 지금이 얼마나 바쁜 시즌인걸 제일 잘 아실 텐데...'


손가락과 머릿속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다들 그의 이야기에 호응을 하며 서로 눈빛이 오갔다.

응급병부터 구하기 작전에 돌입한다.


"어머, 그래서 그때 사셨던 주식은 어떻게 되셨어요?"

마감일이 코 앞인 직원을 위해 옆 직원이 유인을 했다.

그의 호응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흘러가자 급한 일을 마무리한 직원이 다른 직원을 위해 전장으로 뛰어갔다.

"이젠 아드님 결혼하실 때가 되지 않았어요? 워낙 훌륭하게 커서 걱정 없으시겠어요."

흐름은 또 그에게로 넘어갔다.

물론 그의 이야기가 지루하거나 듣기 거북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쌓여있는 업무처리에 마음의 여유가 넉넉하진 못했다.


퇴직자 라테님은 이 상황을 모르진 않는다.

"내가 일을 방해하러 온 건 아니고, 나도 서류 좀 받으러 온 거야. 바쁠 테니 일들 해."

그가 요청한 서류를 준비하는 사이 현직의 값진 노하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서류를 교부받고도 그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어어..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돼. 또 일을 하게 된다고. 이렇게. 이렇게."

조언 끝에는 꼭 붙는 말이 있다.

"나 때는 말이지. 이거 이렇게 편하게 하지 않았어.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다 수기로 했다고, 컴퓨터가 어디 있었겠어."


"띠리 리리"

그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휴대전화 벨소리에 그가 작게 웅얼이며 알림음을 껐다.

"30분이 지났군."

그는 휴대폰 알림음을 끄며 간단히 인사를 하곤 사무실을 떠났다.


"제일 바쁜 시기에 시간 빼앗아서 미안해요. 너무 그립고 반가워서 방해될 거 같더군. 내 기분에 취해 실수할까 봐 30분 알람을 맞춰뒀어. 나도 볼일을 마쳤으니 어서 돌아가야지. 모두 힘내요."


그가 직원들에게 응원하며 남겨 두고 간 간식거리를 바라보며 모두 그의 깊은 뜻에 숙연해졌다.

라테의 에스프레소의 깊고 우유 거품의 포근함으로 든든한 그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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