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발은 널 좋은 곳으로

발급번호-030

by stamping ink

외부인 중에 하루에 한 번 꼭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매일 만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우리 사무실의 주문물품을 전달해 주는 택배기사이다.

무거운 배송물품이 많아도, 날씨의 영향으로 하루가 힘들 때도, 고객의 소리를 이어폰으로 소통하며 뛰어다니기 일쑤였다.


배송 물건을 쌓아주고 급히 떠나던 그가 민원서류 신청을 해도 되냐며 서류를 요청했다.

그가 요청한 서류의 출력을 기다리며 지루해 보이는 그에게 얼마 전 일이 기억나 이야기를 건넸다.


며칠 전, 퇴근 후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택배기사를 만났었다. 어플에 곧 도착 예정으로 떠 있는 주문한 물건이 기억이 났다.

조심히 배송기사님에게 "000호 택배 있으면 제가 가지고 가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카트 위에 쌓인 물건을 모두 배달해야 할 텐데 그중 하나를 줄여주고 나도 빨리 물건을 받아갈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 아닌가 싶었다.

"기다리세요. 가져다 드릴게요."

퉁명스레 말하는 그를 도와주고 싶던 나의 무안했던 시간이었다.


"얼마나 뻘쭘하던지요."

서류를 기다리던 택배기사님께 투정 부리듯이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주문한 물건이 카트 위에 있는 것 같아서 말했는데 어찌나 무안했던지 몰라요."

"아. 그건, 그 기사님도 배송 순서대로 쌓아둔 거라 그걸 찾아주면 나머지를 다시 정리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죠. 조금 더 늦게 일을 마치게 되거든요. 그저 인사만 건네도 큰 힘이 된답니다."

내가 해 보지 않았던 일이기에 그들의 일을 줄여준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도움은커녕 피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 일이 천직이라 끝까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일로 자신의 다른 꿈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는 옷이나 모자는 땀내 베어 금방 버리게 되니까 저렴한 것으로 사지만 신발은 좋은 운동화로 신어요."

"그러네요. 신발 브랜드 운동화네요?"

"좋은 신발은 절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아내가 말하며 사다 주곤 해요. 저희 꿈이 이뤄지길 바라고 안전하게 다녀오길 바란다기에 작은 사치처럼 브랜드 운동화를 신게 됐어요. 이번에 도전하는 중인데 이 서류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는 서류를 뒤춤에 찔러 넣고 사무실을 떠났다.


그 후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님들을 만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것에 미안해하실 때마다 괜찮다고 열림버튼을 누르며 기다려드린다.

가끔은 장을 보며 산 음료수가 가방에 있는 날에는 나눠마시기도 하며 밝은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그들의 바쁜 발걸음이 좋은 곳만 닿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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