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37
이름 풀이를 재미 삼아해 본 적이 있었다. 간단한 개인정보만 넣고 보는 휴대전화 어플이었다.
생년월일과 성별과 이름만 넣어도 간략한 사주를 풀어주었다.
'벌리는 일은 많지만 끝날 때까지 긴장하라. 끈기를 준비하라.'
어플을 과감히 삭제했다.
어쩜 숨기고 싶었던 나의 속을 집어낸 용함에 맹신할 것만 같아 핸드폰에서 지워냈다.
아무래도 급한 성격에 일을 빨리 처리하다 보니 간간히 벌어지는 실수에 스스로 자책하던 때였다.
미완성 마무리는 직장생활에선 독약이다.
반갑지 않지만 찾아오는 기억력 감퇴에 맞서 보려 메모를 시작했다.
나의 머리는 실수하더라도 나의 손가락은 나를 배신치 않으리 믿어본다.
그러다 보니 나의 책상에는 메모지들이 달력 옆에 하나 둘 늘어났다.
달력에도 빼곡하게 해내야 할 일이 적혔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배운 정비 작업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고집스레 손으로 배운 습성은 여전히 손을 이용하게 되었다.
달력에 동그라미와 색색 볼펜이 주는 다급함과 완료 후 줄을 그어 삭제하는 평온함이 주는 손맛을 버릴 수 없다.
"달력에 메모가 많으시네요."
모니터 옆에 붙은 메모를 보고 민원인이 신기한지 내게 물었다.
"아, 예. 긴급 처리나 단순 기억할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활용하다 보니 이렇게 늘었네요."
내 또래의 민원인은 나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지 발급이 완료될 동안 메모의 장점에 대해 공유하였다.
"악필이라 가능한 컴퓨터 작업은 선호하지만, 잊지 않아야 하는 일은 이렇게 수기로 작성하게 되더라고요."
나의 달력의 소소한 필기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저도 다이어리도 정리하던 방법이 생각나네요."
"어린 시절 영어단어 외우던 때가 기억나네요. 자주 보이면 잊지 않는다고 여기저기 책상 구석구석 붙였는데."
"덕분에 잊고 지낸 방법이 생각났네요. 오늘부터 저도 실천해 볼게요."
메모를 하며 잊고 지냈던 익숙함은 즐거웠던 추억으로 되살아났다.
사용 방법은 달라졌지만 해결 방법으로 나에겐 명약인 메모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