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36
민원 업무의 자리란 수많은 감정이 생기는 외부인과 대면하는 전방의 자리다.
그들의 마음을 다 알아차리긴 힘들다.
오해가 생기도 하고 이해가 성립되기도 한다.
이 업무가 제일 어렵다고 고충을 토해냈던 타 기관 담당자가 생각난다.
그는 민원신청서를 요청하러 들어오는 외부인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민원발급 업무는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대면 업무가 주는 부담이란 최고 난도의 업무일 수도 있다.
나라고 민원업무를 똑 부러지게 해내며 고성방가로 날뛰는 민원인까지 잠재울 능력자는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원인의 상황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나만의 노하우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중년의 남자분이 90도 인사를 하며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홍보를 위해 영업직원들이 방문이 잦던 차에 말끔하고 단정한 복장의 그를 영업사원으로 판단을 했다.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던 차라 그가 다가오며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지금 실장님이 자리 안 계시는데요, 시간 약속하고 오셨나요?"
"네? 저는 졸업증명서를 떼려고 방문했는데요. 여기서 발급될까요?"
아차,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죄송합니다. 요즘 제안서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실수를 했네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깔끔한 영업사원 같아 보였다니 기분이 좋은걸요. 괜찮습니다. 졸업증명서 2장 발급받으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붉게 오른 얼굴을 감추고 친절한 미소로 이해해 주는 그를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의 나이라면 졸업증명서가 충분히 발급이 될법한데 친절맨은 검색이 되지 않았다.
이 나이대에 간혹 중도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있기에 그에게 질문을 조심스레 던졌다.
"혹시 졸업생 이름이 검색이 되지 않는데, 작성하신 기본정보사항이 맞으실까요?"
"혹시 제가 개명을 했는데 개명 전 이름으로는 검색이 될까요?"
그에게 두 번째 실수를 해버렸다. 미졸업자라고 오판이었다.
"아. 개명하셨군요. 졸업증명서의 이름까지 변경을 원하신다면 해당 학교로 증빙서류를 보내야 하는데 도움을 드릴까요?"
"아닙니다. 다른 서류로 대체해도 됩니다. 도움 주시려는 마음 감사합니다."
친절맨은 되려 변경절차까지 알려줘서 감사하다며 바른 자세로 대기석에서 감사의 눈인사를 보냈다.
서류를 돌려주며 그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개명한 정보를 주지 않아 혼선을 준 것에 대해 나의 업무 시간을 줄어들게 해서 미안하다 했다.
어쩔 수 없이 개명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사무실에 직원들이 잠시 손을 놓고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정도로 그는 이야기꾼이었다.
그가 서류를 받아 떠나갈 때 나의 실수에 미안함을 표현했고 그는 웃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그 후로 방문하는 민원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려 더욱더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두렵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던 업무가 그들이 알려주는 재미나고 흥미 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쉬지 않고 펼쳐진다.
이제는 오늘은 어떤 주인공이 나타나서 소설 주인공이 될는지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