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

발급번호-044

by stamping ink

애잔한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주인공에 빙의하여 안타까운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을 방해하는 악역을 맡은 배우를 진심으로 저주하고 미워했다.

스쳐가는 인연에 마음이 타 들어가는 현실 같은 장르였다.

그런 장르의 드라마의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는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민원업무를 위해 상급기관에서 해당 업무를 보는 이들을 위해 친절교육을 실시한다.

세부적으로 일률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원발급이라는 업무는 공통적인 사람들이 대상자이다.

그들이 겪을 혹은 겪게 될 일들을 외부강사는 유머를 더해 이야기를 풀어가 준다.

박장대소가 나오기도 하고 감정이입이 되어 훌쩍거리기도 하며 강의를 마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무리 지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무실 대표로 교육을 듣고 난 후 몰려드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나눠 타기 시작했다.

명강사라 함은 강의를 쎈스 있게 30분 정도 일찍 끝내주는 강사라 하며 너스레를 떨더니만 결국 꽉 찬 강의를 마치고 떠났지만 강의 내용에 여운이 남아있었다.

몇 층 되지 않는 엘리베이터에서 친분이 있는 둘의 대화가 들려왔다.


"진짜. 별별 사람이 다 있긴 하지? 난 받은 민원 신청서 수를 보면 내 이달 카드 명세서 사용건수랑 비교하게 되더라. 성질날 때도 카드 명세서 때문에 참는다니까."

"아까 강사가 말한 황당한 일은 별거 아니야. 난 저번에 진짜 미친놈 같은.. 흠흠.."

엘리베이터에 같이 있는 사람들을 인식했는지 그녀는 목소리를 아주 낮추어 다시 말을 시작했지만 모두의 귀가 그녀에게 열려있었다.

"... 그 이상한 사람이 또 온 거 있지? 지난번에는 와서 결혼할 여자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다 보고 갔잖아. 알고 보니 그 여자 전 남자 친구가 우리 사무실 직원이었다던, 근데 이번에 또 다른 여자 거를 요청한 거야."

"어머? 왜?"

"왜긴, 둘 중에 더 나은 여자를 골라 결혼하겠다는 심산이지."

"근데 여자들도 웃기다. 자기 개인정보가 다 있기도 하고 기재내용이 다 있는데 그걸 결혼할 남자에게 보여준다고?"

"그게 웃기다는 거야. 그 남자 매력이 뭔지 여자가 같이 와서 본인이 발급받아서 그 남자에게 바친다니까?"

"진짜? 대박."

"근데 그 남자가 두 번째 여자랑 왔을 때, 우리 사무실에 첫 번째 여자의 전 남자 친구이었던 사무실 직원이 그걸 본거야."

"와. 대박이다. 그래서?"


"땡"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그녀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잰걸음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한참 재미있던 드라마가 60초 광고 후 만나자는 아쉬움처럼, 아니 결국 결말을 알 수 없게 끝나버린 것처럼 허무하게 이야기가 마쳐져 버렸다.

용기 있게 그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물을 판이었는데, 그녀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들은 결말이 아쉬워 입맛만 다시며 버스 정류장으로 몸을 돌렸다.

몇몇 사람들은 후 이야기를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기도 했다.

"아마 그 첫 번째 여자가 사실을 알고 다시 돌아가게 되겠지요?"

"알게 된 이상 전 남자 친구가 도와줬을 거예요."

"설마 세 번째 여자도 나타나진 않겠죠?"

드라마는 아쉽게 끝났지만 방청객은 열린 결말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끝까지 듣지 못한 이야기지만 첫 번째 여자의 전 남자 친구가 그녀를 구해주는 드라마 속의 왕자님이 되길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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