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46
"넌 그 일이 맞니?"
어렵게 취업문턱을 넘어 원하는 곳에 들어가게 되어 방방 뛰던 긍정 에너지 친구의 질문이 의아했다.
취업성공의 부품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본 적 없는 풀이 죽어 있는 목소리였다.
직장생활을 위해 면접을 보려 준비를 하던 때, 면접관의 질문이 기억이 났다.
"이 일을 즐겁게 해 낼 수 있겠습니까?"
붙고자 하는 이의 궁지 끝의 뻔한 거짓말은 모두 같았다. 요구하는 질문의 의도를 알아도 반문하는 이는 없었다.
일이란 한 글자에 자부심은 생길지 모르겠으나 사명감을 요구하는 면접관과 마주한 모든 이는 즐거울 비장의 각오를 하는 듯 거짓 고개를 끄덕인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급여통장에 한숨지으며 출근길에 오르기도 하고,
낙타 바늘구멍 같다는 취업시장에서 간신히 따낸 자리를 버릴 수 없어 버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떠밀려, 어쩌면 자신이 몰아붙여서 사회로 던져지는 것을 알면서도...
석 달도 채우기도 전에 업무에 번아웃된 친구는 친구가 내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 알지? 주말에도 몰래 혼자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서 초과근무도 없이 남은 서류를 들고 와서 휴일 내내 업무 숙지한다. 퇴근이란 없이 석 달을 지냈어. 아직 미숙해서 그런 건데, 프로처럼 해내길 바라. 오늘도 그 사람이 와서 실수한 곳을 찾아 트집을 잡을 것을 생각하니 출근이 무섭다. 더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그 상황에서 아무도 내게 도움은커녕 위로를 가장해서 나의 실수를 들추더라.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출근을 안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운전을 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있었어."
대민업무를 타 기관에서 담당하는 친구는 속사포처럼 서러움을 쏟아냈다.
친구의 상황도 사무실의 상황도 복잡 미묘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낄끼빠빠라는 신조가 유행이던 낄 데 껴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말이 직장생활에서도 접목될 때가 있다.
담당자라는 직책이 있으니 나서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모른 척 냉정히 넘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에 모두 뻘쭘한 시간이 지나쳐가길 바랐을 것이다.
인정받지 못한 서러운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그저 조용히 들어주는 것,
울먹이며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에 마음을 쪼개 나누니 그 틈으로 용기라는 감정이 다시 샘솟는가 보다.
"들어줘서 고마워. 복잡한 생각이 많이 줄었어."
친구의 상태는 걱정되었지만 주말을 기다렸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연락을 줄 것이다.
그저 한걸음 옆에 서 있으면 언젠간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껏 가을 날씨로 깊어지던 주말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민원인, 나한테 사과했어. 본인이 힘든 일 있었는데 나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나에게 화풀이했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 미안하다고 와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갔어."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때? 넌 그 일이 맞니?"
낙천적이고 극복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좋은 에너지를 전했다.
"그럼. 천직이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