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49
365일 24시간 같은 감정으로 감정의 기복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에 콩깍지가 쓰인 커플도 어떤 날은 이해해 주던 일을 용납하지 못하고 사소한 작은 행동으로 이별도 맞이한다.
참고 있던 일이 고름주머니 터지듯 진한 농이 되어 터진 것일 수도 있고,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에 울분이 터질 때도 있다.
그런 날 어설프게 누른 스위치는 되돌아올 후회만 남게 될 것이란 걸 알아 조심한다.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다.
블랙리스트처럼 그가 이번 모임에는 참석한다기에 모두 긴장을 했다.
불안한 부분을 살짝 건드려 쌈 구경 불구경하듯 보는 사람이다.
경계대상 1호라 판단하고 조심했는데 그날은 후회를 할 일을 하고 말았다.
모임에 그가 참석했고 그는 나이 많은 것을 내세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요즘 애들은 문제야, 결혼하고 애도 안 낳지. 낳아도 하나만 낳잖아? 외둥이들이 성격이 얼마나 안 좋은데. 사회성이 없어."
외둥이를 가진 몇몇의 얼굴이 붉으락 거렸다.
다음 타깃은 누가 되려나, 모두 머리를 짚었다.
"민원업무 보는 거가 제일 쉬운 일이라더라? 응대 씨 장애가 있어서 쉬운 업무 배정받았나 보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이 많은 직원이 아침마다 당연한 듯이 커피 한잔 타라고 할 때도 참아내며 타 내었던 보살이라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뭐에서 난 터진 걸까?
그날은 궁지에 몰린 생쥐처럼 버럭 큰소리가 나버렸다.
이 사람을 경계하고 거리를 뒀어야 했는데 그의 뜻대로 움직인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모임은 씁쓸하게 마무리되었다.
귀가 후에도 내가 조금은 현명하고 생각을 깊게 하거나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라도 해줬었야 했나 밤새 이불 킥만 해댔다.
모임을 주도하는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분 있지. '자만세'신 분이 자나. 자신만이 사는 세상. 응대 씨가 그래도 마지막에 그런 위로 같지 않은 참견은 실례라고 했을 때 모두 얼마나 시원해했는지 알아?"
내가 그런 말도 했나 싶었다.
"그런데 그분은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줄도 모르고 응대 씨 기분 안 좋은 건 퇴근 후 금요일에 모임을 해서 그런 거라며 이제는 토요일에 모이자더라. 역시 남달라. 남달라."
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감정의 기복이 없는 1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