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 더블 샷

발급번호-051

by stamping ink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제철음식에 대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집 나간 며느리 컴백하게 해주는 전어철이 벌써 끝물이더라. 주말에 먹어야지."

"석화 나왔는데 이제 튼실해지고 있어서 제법 씹는 맛이 나더라고."

"잘 아는 집 있어? 난 지난주에 대하 먹고 싶어서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갔는데 새우젓인 줄 알았지 뭐야."

먹신이 왔는지 점심을 먹고 나서 다들 먹고 싶은 음식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변방에 사는 살찐 말을 잡아먹으러 다니듯 제철 맞이한 음식을 탐하는 자처럼 로드맵을 완성하기 바빴다.


과거의 아픔과는 달리 정당하게 지불하고 먹는 음식이 주는 풍요로움은 일상의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출근하기 전 책상 위에 소소한 간식이 쌓여간다.

이른 시기지만 노란 빛내는 귤,

하늘 향해 봉긋 솟아오른 감,

아기 뺨이 떠오르는 붉은 사과.

반을 자르면 따스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보이는 모락모락 김 오르는 고구마.

누군가 정을 내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금방 들통날 범인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출처를 알려주고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기도 한다.

허리에 기분 좋은 군살이 붙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서류를 요청하는 민원인이 은행처럼 낮은 테이블로 모니터를 경계로 나와 마주하고 앉았다.

그녀는 신청서를 쓰려 종이를 집고는 내게 조용히 종이컵에 담긴 찐 밤을 내쪽으로 밀었다.

'정중하게 받지 못한다고 해야겠다.'

신청서가 서로 오가고 민원발급 프로그램에 정보사항을 기재하며 머리로 되뇌었다.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직접 쪄오셨나 봐.'

'통 실한 것만 골라오셨나 보네.'

'거절하면 상처받아 보일 표정이신데?'

'넉넉히 도 가져오셨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메신저를 이용하여 친한 직원과 난감해질 상황에 채팅을 나누었다.


프린터 출력물이 다 나오고 직원의 손에 서류를 넘기며 예의 바른 단어를 찾아 말한다는 것이.

"저 이 밤,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일하는 입장이라 받을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떨 떨떨한 그녀의 표정이 내 손이 가르치고 있는 밤이 담긴 제법 큰 종이컵을 보았다.

"어머, 내 정신 봐, 두고 갈 뻔했네."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것을 챙기듯 손에 집에 들었고 나를 이상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떠나고 옆 직원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가자, 김칫국 한 잔 쏠 테니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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