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53
난 드라마를 애청하는 편은 아니다. 긴 드라마의 작은 표현까지 해석하며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하는데 나에겐 긴 시간 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전 시청이란 온몸이 근질거려 늘 중간에 자리를 뜨고 만다.
한동안 군대 탈영병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이야기 도마 위에 주제 거리였던 때였다.
군대에 대한 이야기라곤 '라테는 말이야'하고 늘어놓았던 남자 선배들의 이야기가 전부였다.
남자들 사이에서 군대 이야기만큼 핫한 주제가 어디 있을까?
그들의 군대 이야기는 군사비밀이라며 비밀요원 같은 자신의 보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3대 군대 이야기, 군대, 축구, 군대 축구 이야기 외에 군대에 대해 이야기해 준 선배가 있었다.
"군대는 말이다.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로 끝나. 할 수 없다고 하지? 그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 그냥 할 줄 안다고 하는 게 제일 현명했어."
"할 수 없는 걸 할 줄 알게 가르쳐줘요?"
"그럼, 매에는 장사가 없거든."
그의 군대생활이 어땠을지 경험해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의 말끝은 씁쓸함을 남겼다.
옆자리 직원의 얼굴이 어두웠다.
아침 출근부터 우울해 보이더니 점심 무렵까지 말 한마디 없이 업무만 하고 있었다.
"주무관님, 무슨 일 있으세요?"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그에게 물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실 분위기를 어둡게 했나 봐요."
"오전 내 모두 무슨 일 있으신 건지 걱정했어요."
그의 이야기는 함께 들어온 동기가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자다가 일어났을 때 군대 내무반이라는 상상만 하면 쭈뼛한 다했는데 군대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다.
발령을 받은 부서마다 혹은 기관마다 분위기는 다를 테지만 떠나가는 동기는 그에게 모두 할 수 있다고 하다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 스스로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떠난 직원의 동기는 얼마 후 정식 인사에 '의원면직'처리되었고 간간히 직원과 연락만 하며 지내는 듯했다.
일 년에 두 번 정기 인사의 계절이 다시 찾아오고 아직 발령 대상자에 들어가지 않던 직원에게 떠난 동기에 대해 물었다.
"아. 그 친구요? 영석한 녀석이었지요. 지금은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서 본인 이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다고 하네요. 할 수 없는 것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만 찾아가니 행복도 찾아온다는 개똥철학을 늘어놓더라고요. 그런데 참 보기 좋았어요."
떠난 이의 길지 않은 경력기간이지만 그가 느꼈을 감정이 새로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준 것이라 아쉽기도 잘 됐으니 축하해주고 싶다고 했다.
할 수 없으면 어떠하랴.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만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