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54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방법 중에 게임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즐기는 사람들에 비해 고상한 취미라 분류되지 않을뿐더러 자기소개에 자신 있게 "인터넷 게임"이라고 외치는 사람은 드물다.
신비한 가상세계와 달리 현실세계의 어머니의 강렬한 등짝 스매싱이 서비스 단계를 거쳐야 하는 암묵적 룰이 존재한다.
근래 친구의 아이가 게임에 빠져 친구의 고민이 깊어졌다.
"게임 중독 아닐까 싶어."
과대 걱정병 중증의 친구에게 찾아왔다. 물론 그전에 '내 아이 천재병'고 '친구만 잘 사귀었어도 병'을 심각하게 앓고 난 후였다.
"요즘 애들 게임 안 하면 무슨 대화가 있겠니. 적당한 시간만 정해줘 봐."
"안 해봤겠니? 말도 말아. 학원 갈 시간도 게임하다가 학원 선생님이 전화를 하니 부랴부랴 가더라. 적당히 하면 얼마나 좋아."
맘에도 없는 아들 흉보는 친구의 투덜거림이 친구의 아들 또래의 불만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뭐. 엄마 닮았네. HOT 해체한다고 식음 전 폐하고 들어 누워서 병원 실려갔지? 절대 안 변하고 기다린다더니 남자그룹만 나오면 갈아타기 일 수였지. 별밤 듣는다고 밤새다가 지각했지. 그 일 니 아들한테 말해줘야 할 때가 왔나 보다. 그것 말고도..."
"됐어! 내부의 적이 너냐?"
친구의 소식적 사춘기 과거사를 슬쩍 들추니 가차 없이 통화는 종료당했다.
친구의 아들이 하는 게임은 어몽 어스, 우리 때의 게임이라면 스파이 게임이라 불리는 게임이다.
스파이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플레이어를 죽인다.
모든 플레이어는 스파이가 아님을 절절이 표현하기도 하고 시선을 끄는 일명 어그로를 끌어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편인지, 믿어야 할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으로 모든 이를 볼 때가 있다.
민원 발급을 하다 보면 게임 참가자 같은 사람들이 간혹 찾아온다.
"제가 말한 의도는요, 다음 주 월요일 날짜로 발급을 해달라는 거예요."
직원 한 분이 도래되지 않은 다음 주 날짜의 서류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연장 계약서 쓰신 후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발급해 드릴게요."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월요일 바로 처리해야 한다며 밀어붙이는 불도저 기운에 정신이 아찔했다.
잘 구슬려 월요일 방문을 유도하는데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리 발급해 줘도 되는 거 아냐? 내가 된다고 말해줬는데?"
민원업무를 해 본 적 없는 나이 지긋한 직원이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안 되는 거예요. 허위사항 기재라고요."
"안 되는 거였어? 내가 아는 민원업무를 오래 본 담당자는 된댔는데 이상하네. 내가 알아볼게."
당당한 그의 음성에 의심의 대상은 내가 되었다.
"거 봐요. 응대 씨. 된다잖아요."
같은 건물에서 일을 하며 이 정도도 안 봐주냐며 직원은 눈을 흘겼다.
그럴 리 없는데. 그래도 되나? 그런가?
"허허허. 안된다네."
머릿속 지진이 여진을 남기기도 전에 그는 쿨하게 퇴장을 했다.
스파이의 한 발의 총알에 두 명이 나가떨어졌다.
"어머. 저는 되는 줄 알았는데 응대 씨가 몰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렇게 게임 참가자 2인은 너덜너덜해지고 해맑은 스파이는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후루룩 마시며 자리를 떠났다.
중상이다. 아무도.. 아무도 믿지 못하겠어 병이 생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