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58
"가려우세요?"
옆의 직원의 말에 손이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나의 손이 뒤통수를 벅벅 긁어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내렸다.
민망하니 궁색한 말이 많아졌다.
"아. 그게 샴푸를 바꿨는데 선물을 받은 거라 버리긴 아깝고 얼마 안 남아서 계속 쓰는데 안 맞는지 자꾸 머리가 가렵더라고요. 피부과를 한번 가봐야 하는데 자꾸만 잊어버려서..."
그리 말하면서 또 뒤통수에 손이 갔다.
안 좋은 버릇을 고칠 겸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 피부과에 진료를 다녀오기로 했다.
"지루성 두피염과 알레르기 검사에서 비타민 D가 상당히 부족하네요."
"심각한가요?"
"좀 더 심해지면 두피에 직접 주사를 맞아야 효과를 빠르게 보실 수 있을 듯하고 바르는 약은 좀 더딜 거예요."
"바.. 르는 약으로 부탁드립니다."
주사 바늘에 쪼그라들어 바르는 약 처방을 요청했다.
인자한 인상의 의사는 비타민D 부족도 문제라며 비타민D 처방도 권유했다.
먹는 약일 줄 알고 그건 처방을 받겠노라 말을 하고 나니 노련한 간호사가 나의 팔을 이끌었다.
도착지도 모른 채 끌려간 곳은 주사실이었다.
"저 주사 있어요? 두피 주사 안 맞기도 했는데요."
"두피 주사 아니에요. 호호호. 비타민 D 주사랍니다. 처방받기로 하셨다고 하던데 아프지 않아요."
이미 간호사 손에 주사기에는 약물이 들어가 있었다. 지금에 와서 내뺄 수는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 요즘 피곤도 했으니 몸에 좋은 일 한 번은 해보자 싶어 간호사가 살짝 내린 바지춤을 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으으~~"
몇 방울도 안 되는 약을 엉덩이를 톡톡 치며 간호사는 끊임없이 약을 넣었다.
"으~~~ 언제 끝나요?"
"근육주사라 한 번에 넣으면 뻐근하셔서 힘드실 거예요. 천천히 넣는 것이 좋아요. 이렇게 넣어도 불편한 느낌은 있을 거예요."
간호사의 말이 맞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주사 맞은 부위를 비벼대느라 제대로 걷지 못했다.
의자에 앉는데도 근육통이라도 온 것처럼 끙 소리가 절로 났다.
"어떻대요?"
옆 직원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비타민 D가 많이 부족하대서 주사 맞고 왔어요. 두피에 지루성 두피염도 심하고 그렇다데요. 주사 맞은 부위가 영 불편하네요. 아. 눈물이 날라고 해요. 하하하."
업무를 보느라 앉았다가 일어나려니 작은 곡소리가 쉼 없이 나왔다.
엄마를 따라 서류를 발급받으러 온 꼬마 아이가 사무실을 가로지르던 내 치마 끝을 잡았다.
"이거 비타민 약이래요. 저도 엄마랑 병원에 갔는데 주사 맞았더니 이거 두 개 주셨어요. 하나 선생님 드릴게요."
주사를 맞고 허리를 짚고 다니는 내 모습에서 꼬마 아이가 용기 낸 듯 내게 말을 했다.
엄마의 말로는 사무실을 오기 전 아이도 예방접종을 맞고 왔다고 했다.
자신이 주사 맞던 기억이 났는지 약국에서 무료로 주는 비타민 사탕을 내게 내밀었다.
"전 아파도 안 울어서 사탕 받았어요. 선생님도 아파도 울지 마세요."
아.. 귀여운 녀석. 내 심장이 아파지잖니.
꼬마 아이가 떠나고 자리에 돌아와 사탕을 입에 넣었다.
사탕에 적힌 작은 글씨를 읽던 사회복무요원이 내게 물었다.
"비타민C 사탕? 비타민 D 부족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비타민 C든 D든 무슨 상관이랴. 비타민 같은 아이의 마음이 기운차게 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