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번호-059
연말이 다가오니 잔잔한 모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보고픈 이들이 얼굴 한번 보자라며 아쉬운 인사로 마무리하던 인사치레가 현실 만남이 이뤄지곤 한다.
오늘따라 퇴근 시계는 더디게 가고 있었다.
초과근무를 하던 직원도 오늘만은 일찍 들어가겠다고 칼퇴를 다짐했다.
나 역시 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끊고 나가려 칼을 갈듯 모니터를 노려봤다.
기다리던 업무 종료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컴퓨터를 끄고 우왕좌왕 몸이 바쁘게 움직였다.
약속 장소까지의 시간을 넉넉히 잡아뒀지만 들뜬 마음에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사무실 밖에는 설레는 마음 따라 춥기만 하던 가을바람이 시원하고 빗물에 질척이던 낙엽도 운치 있어 보이고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
"모두 잘 지내셨지요?"
반가운 글쟁이들의 모임이었다.
그들과의 만남의 주선자가 재치 있게 이야기 문을 열었다.
"자, 누가 시간 좀 잡아둬. 우린 만나기만 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단 말이지."
카페에 앉아서 이 특이한 모임은 알코올 한 방울의 도움도 없이 몇 시간이고 흥이 더해졌다.
1차 카페, 2차 카페, 3차 카페.
한 곳에 너무 오랜 시간 머무르면 예의가 아니라며 카페 투어를 했다.
음료로 배가 볼록하니 불러왔지만 가게를 옮길 때마다 이야깃거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늘 퇴근길에 같은 직장 상사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을 하나 알려주지 뭐예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
"내일도 출근이야!!!"
"꺄악, 아니라고 말해줘요."
"나 방금 상상했어요. 지금 팔에 소름 끼친 거 보이시죠?"
어쩜 이렇게 찰떡궁합들이 모여있는지 모르겠다.
개미군단 글쟁이들은 서로의 글에 대해 평론을 해주고 정보를 교환하며 그 자리를 마쳤다.
"건필하세요. 다음 모임을 기대해요."
꿈을 좇는 이들은 우리 곁에 아무렇지도 않게 스며져 있다.
각각의 자리에서 꿈을 좇는 이들은 많다.
운동을 통해 대회를 준비하기도 하고, 악기를 배워 목표한 것을 성취하려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어학이나 남겨둔 학업을 병행하는 이들도 많다.
서류를 발급하거나 맡은 업무에 빠진 일쟁이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카멜레온 같은 꿈 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지쳐가는 업무로 자신이 가진 다양한 색들이 퇴색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