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2. 보물

by stamping ink


검은색 정장을 위아래로 깔끔하게 입은 채비서는 수빈의 보호자가 되어 새로운 학교 교장실에 나란히 앉았다. 교장실 문틈으로 쑥덕이며 삼삼오오 지나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체크무늬 교복들을 입은 아이들을 바라보다 벽에 걸려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아이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표정 없이 앉아있는 자신이 낯설었다.

무료해진 시선을 내려 무릎을 덮은 체크 치마에 체크 선을 따라 손가락을 세워 따라긋기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수많은 십자가 모양을 그려졌을 때 채비서가 수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빈아, 교장 선생님이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시네.”

그제야 고개를 들어 교장이라 불리는 사나이의 얼굴을 보았다.

수빈은 휴대폰 자판을 빠르게 눌러 교장에게 보여주었다.

‘휴대폰을 수업 중에도 들고 있어도 될까요?’


어린 시절 수빈은 밝은 아이였다.

부모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엄마는 승승장구를 거듭했지만, 엄마의 성공과는 달리 아빠의 사업은 실패와 위기가 계속되었다.

부부는 서로 바쁨의 이유가 달랐다.

그들의 행복이 한 쥠밖에 남지 않았을 때 잠들어 있던 다섯 살배기 수빈은 엄마의 격양된 목소리에 눈을 떴다. 거실에 소리 지르는 엄마와 맞서 소리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수빈은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무서움에 안기려고 달려가는 수빈을 보지 못한 아빠의 팔은 수빈을 밀쳐버렸고 작은 수빈은 허공을 날아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뒹굴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던 수빈을 위해 이사한 단독주택 이층 집 계단을 수빈은 굴러 내려왔다.

놀란 부모는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깨어난 수빈은 소리를 빼앗겨 버렸다.


곪아가던 감정을 덮어두던 껍질이 찢겨나갔다. 그 후로도 아빠와 엄마의 잦은 큰 언성이 오갔다.

수빈은 입을 벌리고 소리쳤지만 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자기 귀를 원망했다.

귀를 찢듯 뜯었다.

핏물이 눈물과 섞여 얼굴을 타고 흘렀다.

“미어... 미어...”


아빠의 손을 잡고 찢어진 귀를 치료하러 병원에 다녔다.

상처를 봉합하던 날, 아빠는 주머니를 뒤져 작은 물건을 수빈의 손에 올려놓았다.

붉은 체리 모양 귀걸이가 수빈의 손에서 반짝이며 빛이 났다.


“귀 뚫을 때쯤에 이거 꼭 끼고 아빠 보여줘야 해.”

이것이 수빈이 기억하는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수빈은 닫힌 귀와 함께 자기 입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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